다리 위에서 백 리[인천대교마라톤대회]

2009. 10. 11. 21:29마라톤

인천대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서해바다 위에 놓인 다리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다리와 연결도로를 합쳐서 21,270 미터.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길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길다고 한다.

오는 16일 개통에 앞서, 자동차가 다니기 전인 오늘, 2009년 10월 11일, 여기서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송도에서 다리를 건너갔다가 돌아오는 42,195Km, 꽤 오랜만에 풀코스에 참가했다.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 들판이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때에 바다에선 햇빛에 여문 바닷물이 검푸르게 출렁인다.

넓은 바다 위에 가늘게 이어지는 다리, 외로운 길을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숲을 이루어 달린다.

맑은 가을 햇빛, 엷은 바다 안개, 가끔은 갯벌을 드러내 보이는 서해바다, 길게 이어지는 다리 위를 달린다.

이러저러한 핑계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 지난주에 사나흘 몹시 앓았던 몸살감기 생각, 그렇지만 끝까지 달려 보자는 생각, 잡다하게 일어나는 생각들을 버무리며 달린다.

양 옆으로 확 트이는 바다 위로 가슴이 탁 트이고, 타박타박 달리는 몸과 마음이 즐겁다.

그렇게 달리다가 35Km 쯤에서부터 몹시 힘이 든다.

그런대로 힘과 속도를 잘 조절 했지만, 몸과 마음의 힘이 바닥이 난 것이다.

걷다가 뛰다가, 이를 악물고 골인.

오랜 숙제를 해결한 기분,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다.

왜 이렇게 나다니고, 왜 이렇게 달리는 건지는 모르겠다.

함께 다녀온 최광옥 선생님과 함께, 맥주 한 컵에 소주를 한 잔 타서 짠!

근 40여 일만에 입술에 댄 술 기운이 잠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