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4. 22:52ㆍ마라톤
2010년 4월 24일.
동탄에 있는 난이와 수원에 있는 희제에게 여름 옷가지 가져다주고, 겨울 옷가지를 실어오기로 한 날. 노는 토요일이고 용인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날. 겸사겸사 작정한 날. 충주에서 아침 일찍 나섰다.
엊저녁에 제법 내리던 비는 밤새 그쳤지만, 이른 아침 날씨가 꽤 쌀쌀하다. 용인종합운동장, 움츠러드는 가슴을 확 펴면서 겉옷을 벗고 아홉 시에 출발. 4~5Km쯤에서 서서히 추운 기운이 가신다. 지난겨울부터 굳세게도 잦은 추위와 눈과 비. 덕분에 늦어진 벚꽃이 경안천 가에 환하게 이어지는 걸 본다. 시내를 벗어나 운학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참 좋다. 조금 전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시골다운 풍경이 좋고, 양 옆에 산을 끼고서 길게 이어지는 길이 오르고 내리는 일 없이 계속 평평한 게 신기하다. 아직 잿빛인 이 산 저 산에는 하품마냥 여리게 연두색 기운이 일고, 흐릿하지만 하얀 빛이 뭉게뭉게 서려 있다. 산벚나무, 산살구나무 등일 게다.
지난 4일 서산에서와 같이 17Km쯤 지나면서 발길이 무거워졌지만, 끝까지 달리는 몸과 마음엔 야릇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바로 이런 맛. 주말에 한 번, 10Km 채 안 되는 거리를 달릴 때와는 또 다른 이 맛. 그래, 세상살이에 이런 맛이라도 있어야지.
북적이는 운동장, 순대는 됐고, 막걸리 두어 잔에 두부 몇 조각으로 입을 닦고, 서둘러 아이들이 기다리는 수원으로 간다. 모처럼 다섯 식구가 함께 하는 자리가 오붓하다. 난이가 밥값을 낸다, 풋내기 선생의 알량한 지갑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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