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천지[제3회청도반시마라톤대회]

2010. 10. 10. 22:45마라톤

2010. 10. 10. 일요일. 맑고 더운 가을 날씨.

제3회 청도반시마라톤대회. 더위에 허덕이며 여름 한 철을 보내고 꽤 오랜만에 참가하는 대회, 새벽부터 가슴이 부푼다. 일상에서 훌쩍 떠나는 건 언제나 이렇게 설레는 일이다. 충주에서 청도공설운동장까지 가는 내내 들뜬 가슴을 즐기며 자동차를 몰았다. 남모르는 오붓함이었다.

 

청도, 개회식 인사말에 맑고 깨끗한 고장이라는 자랑이 넘친다. 지리산 자락에 꽁꽁 숨어 있는 산청이나 주왕산 아래 청송처럼 운문산 아래 있는 청도에도 이름에 ‘청(靑)’ 자가 들어 있다. 산청 하면 입에 쩍쩍 붙던 동동주에 대한 추억이 있고, 청송에는 정말로 꿀맛 같은 ‘꿀사과’가 있는데, 청도에는 동글납작하게 생기고 씨가 없는 반시가 있다. 운동장에선 홍시와 감말랭이와 감식초 음료를 무한정 맛볼 수 있고, 달리는 길가엔 발갛게 익어가는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감나무가 지천이다. 참외의 고장 성주에 비닐하우스가 바다를 이루듯 청도에는 온통 감나무 천지다. 완주 후에 내놓는 막걸리도 ‘감막걸리’.

 

잦은 비와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 날씨와 이렇게 저렇게 번거로웠던 일들을 겪으면서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끼어 남았었을 찌꺼기가 땀에 섞여 말끔하게 씻긴 것 같다. 땀을 닦고 청도읍성과 운문댐. 운문사 입구에서 붐비는 사람들과 시간에 쫓겨 그냥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