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제20회 경주벚꽃 마라톤대회]

2011. 4. 9. 22:29마라톤

2011년 4월 9일 토요일 맑음.

해마다 이맘때부터 참가하기 시작하는 마라톤 대회. 올핸 오늘, 4월 9일 경주가 처음이다. 제20회 경주벚꽃마라톤대회. 언제나, 참여하는 데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 정신을 본받아 완주하는 데 의의를 둔다. 그러다 보니 가끔씩 힘이 달리거나 기록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도 몸을 달래고 마음을 달래면서 끝까지 달릴 수 있다.

 

한겨울을 빼고 봄부터 가을까지, 한 해에 서너너덧 번씩 참가하는 마라톤대회. 이런저런 핑계로 머뭇거리다가도 참가 신청을 해 놓으면 아무래도 몸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기에 게으른 천성을 일깨우게 되고, 대회에 참가해서 달리는 동안 세상 온갖 일들에 초연해질 수 있고, 달리고 나서는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야릇한 즐거움이 있다. 또한, 달리는 동안에,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살필 수가 있다. 짐짓 나를 꾸미거나 애써 내세우거나 모자라는 모습을 부끄러워하곤 하는 일상 속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서 있는 그대로, 나타나는 그대로의 나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원해 본다. 운동을 하는 곳, 체육관을 뜻하는 gymnasium의 gymn-은 ‘벌거벗다’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운동을 할 때 옷을 모두 벗고 했다고 한다. 세상에 숨길 일도, 자랑할 일도, 부끄러워할 일도 없지 않은가.

 

몇 해 전 예산에선 날씨 탓으로 꽃망울이 하나도 터지지 않아 ‘벚꽃마라톤대회’라는 말이 무색했었는데, 오늘은 때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출발 장소인 문화엑스포 공원엔 꽃이 막 피기 시작을 했고, 보문호수 옆으로 해서 내리막길을 지나면서부터 죽 이어지는 벚나무 가로수는 온통 하얗게 부풀어 맑은 봄 하늘 아래 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