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기 속에서[진안마이산마라톤]

2011. 5. 22. 22:03마라톤

2011년 05월 22일(일) 맑음.

새벽 다섯 시, 이미 날이 새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타고 전북 진안공설운동장으로 가는 길. 차창으로 펼쳐지는 오월의 산과 들에 싱그러움이 넘쳐난다. 이팝나무 가로수엔 하얀 이밥이 잔뜩 묻어 있다. 아카시아 꽃도 활짝 피어 그 향기가 차 안에까지 진하게 풍기는 듯하다. 아카시아 꽃과 이팝나무 꽃은 멀리서 보면 구분하기가 어렵게 똑같이 하얗고, 싱싱하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이팝나무 꽃은 아카시아 꽃이 지고 나서 피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올핸 동시에 피어 온 천지에 하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찔레꽃도 그렇다. 장미과에 속하는 찔레는 아카시아 꽃 다음에 피는 걸로 알고 있다. 예전 낚시꾼들은 아카시아 꽃, 찔레꽃이 피는 시기를 보고 어떤 고기가 물릴 것인지를 가늠했다는데 요즘엔 거의 동시에 꽃이 피고 있다. 하긴 진작부터 꽃이 피는 질서는 없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4월 목련, 5월 라일락, 6월 장미 하는 것은 아련한 옛이야기이다. 개나리야 본래 아무 때고 내키는 대로 피어나는 꽃이라고 하지만, 3월 말에 활짝 피어 화사하던 목련이 4월로 달이 바뀌는 하룻저녁 비바람에 꽃잎이 죄다 떨어져 빗물과 함께 땅바닥에 나뒹구는 걸 본 적도 두어 번은 되는 것 같고, 작년 봄엔 유별나게 궂고 추운 날씨가 많아 온갖 꽃들이 뒤늦게, 한꺼번에 피어나는 걸 음성 봉학골에서 보았다. 가을에 핀 진달래도 몇 번 보았고, 몇 해 전엔 계명산 아래서 초겨울에 핀 배꽃도 보았다. 21세기엔 꽃들이 철이 없다. 그래서 애고 어른이고 닮아 가는 건가? 아니, 꽃이 피고, 지는 거야말로 자연의 섭리인 것, 그 오묘함에 대해 감히 무슨 말을 함부로 할 것인가? 익산-포항 고속도로 진안나들목 어름, 아주 엷은 안개 속 하늘에 솟아 있는 마이산 두 봉우리가 선경인 듯 신비롭다. 마이산 두 봉우리의 신묘함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지점이 아닌가 하면서, 저걸 지금 사진기에 담을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운동장으로 간다.

 

 

작은 고을, 공설운동장도 작고 아담하다. 진안에도 아카시아 꽃과 이팝나무 꽃이 한창이다. 나무마다 가득가득 하얗게 여기저기 피어 있다. 5월이 계절이 여왕이라고 하는 이유를 꼭 짚어본다면 아카시아 꽃의 저 빛과 향기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차를 타고 오면서도 느꼈고, 달리면서도 느낀다. 참 좋은 고장이다. 개회식에서도 이구동성으로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정말 그렇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좋은 자연을 눈으로 코로 가슴으로 만끽하면서, 거기에 젖어서 달린다. 준비 부족이겠지만, 몸이 풀리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7~8Km 쯤 지나서야 좀 나아지기 시작한다. 몸이 풀리니 마음도 가벼워진다. 세상 일이 그런 것, 힘이 들면 드는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운 대로, 그런 대로 할 일을 하면 되는 것. 그러다 보면 즐거워지는 것. 한 발짝 한 발짝 걸음을 옮기다 보니 결승점.

 

 

진안은 홍삼의 고장, 홍삼진액에 대추와 잣, 인삼 등을 섞어 만든 ‘홍삼청골드’가 기념품. 홍삼 막걸리에 두부와 김치와 단무지. 오이와 당근 채를 썰고, 김을 부수고, 양념간장에 통 참깨를 띄워서 말아주는 잔치국수에 정성이 듬뿍 배어난다.

 

- 안천면 섬바위로 가다가 바라다 본 마이산 그리고 섬바위.

* 마이산 전설

마이산은 아득한 옛날 한 쌍의 두 신선이 자식을 낳고 살아가던 중 마침내 승천할 때가 이르러 남신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승천하는 장면을 보면 부정을 타서 안 되니 한밤중에 떠나자고" 말하였으나, 여신은 밤에 떠나기는 무서우니 새벽에 떠나자고 하였다. 그래서 새벽에 떠나게 되었는데 때마침 일찍 물길러 온 동네 아낙이 승천하려는 장면을 보고 "어머나 산이 하늘로 올라가네" 하고 소리치자 승천이 틀린 것을 안 남신이 화가 나서 "여편네 말을 듣다가 이 꼴이 되었구나" 하고 여신으로부터 두 자식을 빼앗아 그 자리에서 바위산을 이루고 주저앉았다 한다.

구전되어 내려온 전설이긴 하지만 진안읍에서 마이산을 보면 아빠봉은 새끼봉이 둘 붙어있고 서쪽 엄마봉은 죄스러움에 반대편으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는 모습이 신비스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진안군청 홈페이지/문화관광/관광지소개/마이산도립공원/마이산의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