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댁 아저씨

2009. 12. 22. 22:15충청

2009.12.22.

엊그제 돌아가신 큰댁 아저씨 장례일이다. 문간공(文簡公) 삼탄(三灘) 할아버지의 종손으로 종중의 중심이셨던 분. 사당(祠堂), 큰제사, 작은 제사, 시제, 종토(宗土)와 재산 관리 등 종중의 일이 평생의 삶이셨다. “큰댁 아저씨 오셨다.” 어릴 적, 삼탄할아버지 사당이 있는 매산 마을에서 살면서 심심찮게 듣고, 하던 말이다. 두루마기 또는 말쑥한 양복 차림에 독특한 음성, 호탕한 웃음소리. 큰제사 이튿날에는, 큰댁 아저씨의 명으로 매산은 물론 이웃 마을에까지 노인 분들을 청하러 다녔었다. 제삿밥을 나눠 먹는 풍속이었다. 또, 제사에 참례하기 위해 먼 곳에서 오시던 아저씨, 할아버지들 시중을 드는 일은 어린애들에게 또 하나의 큰일이었다. 이러한 추억의 맨 앞에 큰댁 아저씨가 계신다.

 

세월이 흘러 제사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과 태도가 변했고, 그 동안에 큰댁 아저씨는 늙으셨고, 미수를 지나 아흔 문턱에서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물밀 듯 들어오고,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외래풍조 속에 전통적인 삶의 양식과 철학이 제대로 갈피잡지 못하던 사회 분위기, 그런 세월을 뚫고 지나온 세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장례에 모인 얼굴들 속에서, 그 때, 심부름을 다니던 어릴 적 모습들을 헤아려 본다. 많이 달라지는 세태에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왔고,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 옛날과 오늘, 오늘과 내일로 이어지는 삶의 물결이 회다지 소리에 실려 너울거린다. 겹겹이 이어지는 산등성이 위로 차가운 하늘이 파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