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1. 23:18ㆍ자드락
2012년 4월 11일.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
제천 청풍호반 자드락길을 걸었다.
최광옥 신종선 이미옥 임성규 이호태.
지난 밤중에 시작한 비가 꼬리를 질질 끄는 날씨.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에서 낮은 산등성이로 이어지는 길.
오른편 충주호 뱃길에 떠 있는 유람선 마이크소리는 안개 속에 묻히는 듯.
가끔씩은 낮은 산등성이를 타고 이어지는 ‘낮은 산기슭 길’이 오르락내리락 돌고 돈다.
왜 이 모양인지, 특히나 이명박 정부가 저지르는 억지와 무지막지함, 거기에 기대어 날뛰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서민들의 고통과 혼란. 인간의 양심이 무엇인지, 무엇이 정의인지, 무엇이 상식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인간이 이렇게까지 추악할 수 있는 건지‥‥‥‥. 선거는, 투표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길이 될 수 있을지.
언제부터였던가. 지방선거든 총선이든 대선이든, 투표를 마치고 함께 나서서 걷곤 하는 도보사랑. 오늘은 이곳 자드락길이다. 요즘 걷기 열풍을 타고 제천시에서 만들어 놓은 길. 충주댐에 막혀 호수를 이루고 있는 남한강 줄기를 옆에 끼고 구부러지고 오르내리고 이어지는 산길이 좋고도 좋다. 야~! 와~! 좋다! 좋다! 저도 모르게 터지고 터지는 소리에 가슴속이 확 터진다. 정말 좋다.
요번 선거는 오리무중이라고들 했다. 밤새 내린 비 끝, 자드락길 자욱한 안개 속을 헤집었다. 꼭대기 산비알에 밭을 일구며 여기 몇몇 저기 몇몇 모여 살았었을 사람들의 흔적이 언뜻언뜻한 길을 걸었다. 그들의 삶을 생각하며 걸었다. 산속에서 나무처럼 풀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살았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걸었다. 위안이 되는 듯했다. 지곡리에서 수산면 소재지까지는 십여 리 아스팔트길이다. 안개가 걷히고 날씨가 갠다.
덕산면 소재지 입구, 성암리 한 식당에서 매운탕에 소주 한잔. 오후 여섯 시, 식당 텔레비전에서 투표 종료를 알리고 출구조사 내용을 발표한다. 개는 날씨처럼 세상도 좀 개이려나.
* 자드락 : 낮은 산기슭의 비탈진 땅
* 자드락길 : 낮은 산기슭에 비스듬히 나 있는 좁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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