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26. 20:14ㆍ경기
2012년 11월 25일. 운길산-예봉산에 올랐다. 북한강 가 운길산역에서부터 수종사로 해서 운길산, 그리고 예봉산을 넘어 한강 가 팔당역으로 가는 길
남한강과 북한강이 저기에서 만나고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은 마주 보면서 만나는 게 아니다. 거친 숨결로, 기세 좋게 달려들어 부딪치듯 만나는 게 아니다. 남쪽과 북쪽에서 이 골 저 골 물을 받아들이며 굽이굽이 달려온 두 물은 서로 만나기 직전에 나란히 누워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서서히 흐르면서, 저도 모르게 한 몸이 되고 있다. 그렇게 만나 예봉산 자락을 확 휘돌아 서울로 흘러간다. 그렇게 흐르는 물가에 서울이 번성하고 있다.
두 물이 합쳐지면서 남이라는 글자, 북이라는 글자가 떨어지고 한강이 되는 지점에 다산유적지가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 살던 시절에는 마재[馬峴]라고 했단다. 살아 한 평생 부끄럼 없이 살았었을 다산과 그의 형제들, 몸은 죽었지만 영원토록 살아 있을 것 같은 그들을 생각한다. 지독한 핍박을 견디면서 이루어 놓은 다산의 업적들을 생각해 본다. 다산과 그 형제들, 가족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그들을 그토록 핍박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잔인하게 악랄하게 비열하게 세상을 속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한 세상 판을 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아니, 그 때나 지금이나 패를 잡고 판을 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고, 핍박을 받는 사람들은 또 그런 사람들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이란 게 본래 그런 것인가?
오전 10시 10여 분쯤 전에 수종사 쪽에서 시작한 걸음을 오후 4시 10여 분쯤 전에 팔당리에서 접는다. 수종사-운길산(610)-적갑산(564)-철문봉-예봉산(683)-율리봉(587)-팔당역. 걸음을 접을 때 한잔을 빼놓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는 일. 오늘 하루 산 위에서 어울린 다섯이서 파전에 소주 한잔, 그리고 버스에 오른다.
겨울철 물을 건너듯 머뭇머뭇, 사방 이웃을 두려워하듯 두리번두리번. 유배 생활 1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지었다는 다산의 당호(堂號), 여유당(與猶堂)을 생각한다. 양쪽에서 달려오다가 나란히 손잡고 만나는 남한강과 북한강, 한강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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