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해와 달[호도협]

2013. 1. 22. 11:48중국러시아몽골

2013년 1월 17일 목요일.

중국 운남성 리지앙, 새벽밥을 먹고 버스에 올랐다. 샹그릴라 입구 교두에서 점심을 먹었다. 호도협 계곡으로 들어서는 언덕배기에 우리네 옛날 구판장 모양을 한 집이 한 채 있는데, 지금은 빈집처럼 보인다. 땅이름은 일출소우. ‘호도협 트레킹’을 시작한다. 건너편에 있는 옥룡설산과 이쪽 하바설산 사이에 18Km 정도 이어지는 깊은 계곡을 호도협이라고 한다. 계곡을 흐르는 물은 양자강의 상류로 여기서의 이름은 진사강[金沙江]이다. 안내하는 사람의 말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계곡으로 깊이가 1,000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옛날에, 거세게 흐르는 강물 가운데 있는 바위를 발판으로 호랑이가 건너다녔다고 한다.[*뒤에 다시 들은 애기로는 가장 깊은 곳은 3,900미터에 달한다고.]

 

계곡 건너편에 하늘을 찌르듯 삐쭉삐쭉한 봉우리들이 옥룡설산이다, 검은 듯 부연 바위덩어리로 되어 있다. 여기서 보이는 쪽은 남향이라 바위만 보이지만 저 너머 북쪽 기슭엔 만년설이 있다고 한다.지구 북반부에서 가장 남단에 있는 만년설이란다.  내일 모레 가서 볼 것이다. 옥룡설산의 높이는 해발 5,596미터이고, 13개의 봉우리가 마치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리지앙의 원주민 나시족의 성산으로 숭배되고 있으며, 그런 이유로 정상에 오르는 것을 막고 있다고 한다.

 

나시객잔에서 쉬었다 간다. 가파른 산비알에 작은 마을이 있고, 공산당 마을회관에는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나시족이 살고 있는 지역, 나시족 마을에 있는 ‘객잔’이다. 우리나라 지리산이나 덕유산, 설악산에서처럼 등산객들을 위한 산장을 여기서는 ‘객잔’이라고 한다. 네팔 히말라야 자락에서는 ‘롯지’라는 말을 쓰고 있고, 서양 흉내를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흇데’라고 한다. 어떤 형태로든 나그네들을 위한 쉼터요, 잠자리이기에 영어로 ‘G.H.[guest house]’라는 표기를 덧붙여 놓았다. 맥주 한 병을 사서 나눠 마셨다. 10위안, 우리 돈으로 1,800원 정도이다. 좀 싱거운 것 같아 살펴보니 알코올 도수가 3.3도. 바가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원하게 주~욱! 좋다. ‘ㅁ’ 자 형태로 된 객잔 안마당에서 보니, 기와지붕 위 먼 하늘로 옥룡설산 바위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날아간다.

 

이제부터가 문제라고 한다. 가파른 비알을 이리저리 굽이쳐 올라가는 길, 굽이가 스물여덟 개라고 해서 ‘28밴드’라고 한다. 밴드가 무엇인가 했더니, ‘28BEND’라는 글자가 보인다. 고소에 대한 두려운 기억을 떠올리면서, 조심 또 조심, 사부작사부작, 한 발 한 발, 쉬엄쉬엄 올라간다. 킬리만자로에서, 키나발루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상류라고 하지만 진사강 강폭이 보통 120여 미터인데 비해 여기 호도협에선 30미터도 채 안 된다고 한다. 그 양쪽 가파른 절벽의 높이가 수백 미터에서 천 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그 비탈에 걸려 있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래를 보나 위를 보나 까마득하다. 정말로 좁고 깊고 긴 계곡이다. 가끔가다가 나타나는 마을에선 태양열을 전기를 쓰고 있다.

 

샹그릴라. 어원은 티벳말에 있다고 한다. ‘마음속의 해와 달’이란 뜻을 가지고 있단다. 비와 바람, 눈과 비와는 달리, 변덕이 없이 한결같은 빛을 던져주는 해와 달. 그러고 보니 평화나 행복의 기본은 ‘한결같음’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 인간은 아득한 옛날부터 ‘한결같은’ 무엇을 추구하여 왔는지도 모른다. 한결같으리란 믿음이 깨어질 때마다 그 상처로 괴로워하는 게 인생이고, 그래서 ‘정말 한결같음’이 흐르는 곳을 늘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그리움을 찾아 헤매던 사람들이 지친 걸음 끝에 어느 한 곳에서 “여기야!” 했다는 곳을 후세 사람들이 여기가 거기라고 어름하여 소문난 곳들이 가끔 있다. 우리네 지리산 청학동처럼. 그러나 소설에서처럼, 전해지는 이야기처럼, 거기에 그런 ‘한결같은’ 평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마음속에 있는 해와 달’이 거기에 정말 있는지는 모르겠다.

 

'샹그릴라'를 되새김질하면서 산길을 걷는다. 문명세계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에 젖어서 걷는다. 문명 이전의 세계인 것 같은 마을에는 꽁꽁 산속 분위기에 맞는 기와지붕들이 있고, 나무처럼 수풀처럼 바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지붕과 그런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태양열 전기를 나르는 전선이 있고 전봇대가 있고, '문명세계'에서 온 나그네들의 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땀을 한 차례 흘린 다음 썰물처럼 이어지는 내리막길 어디쯤에서 저문 걸음을 멈춘다. 차마객잔. 하룻밤을 묵어간다. 태양열을 이용한 전구가 밝지는 않지만, 의존하여 밥을 먹고, 더운 물을 쓰고, 이부자리를 데워 아늑한 밤을 보낸다. 좁은 하늘에서 별빛은 요란하고 숨소리는 고요하다.

 

1월 18일 금요일.

저 아래, 물가 포장도로를 내려다보면서 까마득할 산허리를 돌고 돌다가 물가로 내려왔다. 중호도협이다. 장선생객잔에서 점심을 먹고 90도에 가까운 비탈을 미끄러져 호랑이가 디디고 건너뛰었다는 바위까지 내려왔다. 양쪽 절벽 끝이 하늘로 가물가물하고, 물소리가 깊은 골자기를 울린다. 심장이 따라 울린다.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소리들, “히야~!” “와~!”

 

다시 헉헉, 수직선을 타고 올라 장선생객잔,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협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은, 어제서부터 조금 전까지, 저 위에서 내려다보았던 물가 포장도로다. 일반 관광객들을 위해 닦아 놓은 도로다. 상호도협 관광단지에는 주차장과 관광편의시설이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건너편에도 도로가 보이고 다리가 보인다. 건너편 물가 바위 절벽에 호랑이 상이 보인다. 전설의 주인공이다. 호랑이를 한 마리 사가지고, 물을 건너뛰는 훈련을 시켜서, 관광 사업을 해 볼까? 하하.

 

 

 

 

 

 

 

 

 

 

 

 

 

 

 

* 1월 17일 목요일

성도-(비행기)-리장-(버스)-교두(트레킹 시작)-일출소우-나시객잔-28밴드-차마객잔(숙박)

* 1월 18일 금요일

차마객잔-중도객잔-관음폭포-장선생객잔(점심)-중호도협-(자동차)-상호도협-교두-리장고성-수허고성(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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