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강이 있고[곡성-순창]

2013. 4. 7. 16:28섬진강

산속에 강이 있고

강가에 길이 있고

길가에 산이 있다.

강은

좁아졌다 넓어지고

넓어졌다 좁아지고

가끔은 너른 들판을 만나고

너른 들판 먼 산 밑에 고을이 있고

거기에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2013년 4월 4일 아침에 곡성읍내에서 눈을 떴다.

찰떡 한 덩이에 사과 한 알, 그리고 어제 그 섬진강.

강 건너 남원 쪽에서 요천이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것을 바라보며 이쪽 강둑길을 걷는다.

 

장선리를 지나 다리를 건너기 전에 꽤 너른 늪지대가 있다. ‘섬진강변 자연생태공원’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고, 늪지대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이 있고, 늪 사이사이로 길이 나 있다. 마른 풀을 헤치며 파릇파릇 새싹이 자라나고, 풀밭에 누런 소가 몇 마리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하늘은 훤하고 공기는 맑고 시원하다.

 

강을 건너니 남원 땅이다. 강둑으로, 강변 숲속으로 길이 이어진다. 곳곳에 자전거 길을 만드는 공사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매화꽃이 군데군데 하얗고, 개나리가 노랗고, 진달래가 조용조용하다. 여기 벚꽃은 막 피어나는 것도 있고, 잔뜩 부푼 꽃망울로 불그죽죽한 것도 있고, 활짝 피어난 것도 있다. 중간베기를 한 작은 뽕밭도 보이고 파란 보리논도 보이고 일손 서두르는 농부들도 보인다. 마을들은 강에서 저만치 떨어진 산 밑으로 띄엄띄엄하다.

 

남원시 대강면 방산리, 강 건너는 곡성군 입면이다.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을 비롯하여 공장 건물들이 죽 보인다. 하동에서 여기까지 오면서 강변에 처음 나타나는 공단이다.

 

강이 크게 한 굽이를 돈다. 향가유원지, 다리를 새로 놓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임시로 놓은 흙다리를 건너니 순창 땅이다. 강변 절벽 위 산길을 넘으니 너른 들판이 나타난다. 배가 고프다. 마지막 남은 사과 한 알을 깨물어 먹으며 순창읍내로 향한다. 저 벌판 끝 언덕 너머에 읍내가 있단다. 작은 언덕을 넘으니 작은 벌판이 있고 또 작은 언덕을 넘고 또 넘는다.

 

순창, 먼 벌판 끝 산 아래 작은 언덕 몇 겹을 두르고 꽁꽁 숨어 있다. 지리산 기슭 경호강 가에 꽁꽁 숨어 있는 산청읍처럼 꽁꽁 숨어 있다. 마지막 언덕이 유등면과 순창읍의 경계, 순창읍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신호등 건너에 홍어집이 있다. 홍어탕 진한 점심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면서 지친 다리를 달랜다. 이 산골 읍에서 홍어탕이라. 이웃에 있는 담양이 영산강 상류라는 걸 생각해 본다. 그래, 오늘은 이만 하고 담양으로 가자. 순창에서 담양까지는 버스로 30뿐쯤.

 

 

 

 

 

 

 

 

 

 

 

 

 

 

 

 

* 죽동 민속마을 보존 전수관 : 곡성읍 죽동리 죽동마을을 중심으로 발달한 전라좌도농악. 150여 년 전 상쇠 박대업을 중심으로 50여 명으로 구성. 농부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토속농악과 무속 무용인 날라리, 꽹과리, 징, 장고, 북, 소고 등으로 이루어진 대중놀이. 전수관에 이들 장비가 전시 보존되고 있다. 액막이놀이, 풍년굿, 당산굿, 신선바위 기우제, 달집놀이 등도 전수되고 있음.

 

* 순자강 이야기 : 남원시 금지면과 대강면 경계에서 곡성군 입면과 옥과면 구역을 흐르는 섬진강을 순자강이라고 한다. 옛날 남원시 송동면 두동리에 김취용이라는 사람이 병으로 눕게 되자 그 아들 선무량 김정설이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하였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어느 무더운 여름철, 겨울철에나 잡히는 메추리를 먹고 싶다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아들은 기도를 하면서 강가로 나갔다. 지성감천인가, 강가에 메추리 한씽이 뚝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는 병을 고치고 아들은 효행으로 표창을 받았고, 메추리 순[鶉] 아들 자[子] 하여 순자강이라고 하였다고. 전직 대통령 부인의 이름을 생각하면서 속으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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