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금강목[어명을 받은 소나무길/3구간]

2013. 6. 23. 21:42바우길

예보에는 끼지 못할 정도의 비가 부슬거린다.

장마철인데다가 영동지방이고 산악지방이고 해서 가지고 온 비옷을 꺼내 입는다.

흐르는 안개와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빗방울과 푸른 숲과 시원한 바람과 아침을 여는 새소리가 어우러져 한 운치를 이룬다.

 

6월 23일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 명주군왕릉.

지난 5월엔 다섯 도반이 어울려 사천해변까지 갔었고, 오늘은 혼자서 어명정 가는 길을 찾는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길을 혼자서 독차지하다니.

소나무는 왜 저리 예쁜가.

강릉 사람들이 말하는 ‘솔향 강릉’을 실감하겠다.

어디를 가나 죽죽 뻗은 소나무들, 금강송이라고 했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은 껍질이 검은 흑송이 일반적인데

이곳 강릉 지방에선 해변에서도 적송이 곧게 자라나는 것을 보기도 했다.

 

예보에 없던 빗방울인지라 곧 멎기는 하는데 장마철 하늘은 해를 내놓을까 말까 한다.

빽빽하게 들어서서 죽죽 뻗어 올라가는 소나무 숲에 바람이 휘~ 휘~ 빠져 다닌다.

아~! 저 소리.

눈에는 온통 늘씬한 소나무들이고 귀에는 시원시원한 솔바람 소리.

 

어명정 가는 길은 하늘 아래로 이어지고, 안개 벗어지는 푸른 풍경이 내리 펼쳐진다.

나리꽃도 보이고 다래 꽃도 보이고 함박나무 하얀 꽃도 보이고

노루오줌이 참 많다.

노루오줌은 하얀 것도 있고, 누런빛이 섞이는 것도 있고, 엷은 분홍빛을 맑게 띠는 것도 있다.

 

돌고 돌아 어명정.

먼저 1Km 거리에 있는 술잔바위부터 다녀온다.

중간에 대공산성으로 오르는 길이 갈라지고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 숲도 이어지고.

여섯 술잔이 패인 작은 바위 앞에 ‘술잔바위’라는 팻말이 있다.

저 위 안개 속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바라보고 안개에 묻힌 바다 쪽을 바라보다가 돌아선다.

 

어명정.

임금[나라]의 부름을 받은 소나무.

2007년 광화문을 복원할 때 여기에 있는 소나무를 베어다가 썼다.

2007년 11월 29일에 교지를 받고 베어진 소나무 그루터기를 보존하기 위에 그 위에 세워진 팔각정.

산림청장과 문화재청장이 산신과 소나무 영혼을 위해 위령제를 지냈다는 안내문이 있다.

“‥‥‥ 문화재용 대경목 3본(크기 90Cm)을 베어가고 어린 묘목을 심은 곳으로서, 벌채된 대경목 그루터기를 그대로 보전하여 역사적 산림 문화와 자연을 후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어명정(御名停)을 건립하였습니다.”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 : 명주군왕릉-10구간 갈림길-4구간 갈림길-산불감시초소-술잔바위-어명정-장승쉼터-바우길게스트하우스[12.8Km/강릉바우길 3구간][+명주군왕릉까지 도로 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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