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바우길

2013. 7. 16. 22:13바우길

등대가 어둠을 비추는 이유는

사랑을 잃고 길 위에 서성이는

눈먼이들의 희망이기 때문....

 ------------------------- 논골담길 담벼락에 있는 글

 

7월 13일 토요일.

대관령 터널을 지나면서부터 빗줄기가 약해진다.

강릉역 가까운 곳 널찍한 무료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운다.

강릉역에서 10시 15분 열차에 올랐다.

푸른 바다와 푸른 들판과 푸른 산 그리고 막 벙그는 연꽃

정동진을 지나 묵호역에서 내린다.

 

부슬거리는 장맛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인 스물아홉 명

동해바우길을 걷는다.

 

활기 넘치는 묵호항 어시장을 그냥 지나치는 가슴속에

바닷가 어시장 분위기가 빗물처럼 번진다.

 

논골담길을 걸어올라 묵호등대

어달항과 대진항, 망상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길.

바닷물은 호수처럼 잔잔하고 길거리 관광객들은 우산을 펴 든다.

얕은 바닷물에 비옷 차림으로 들어선 노인은 낚싯대를 던지고,

해수욕장 모래사장엔 파라솔이 두어 개 펼쳐져 있다.

걷고 또 걷고.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그친다.

바닷가에서 산 속으로 간다.

산골짜기에 마을들이 있다.

심곡 약천마을.

조선 숙종 때 강릉으로 유배를 왔던 남구만이

자기의 호와 같은 약천[샘]이 있는 이곳에 머물렀었다고 한다.

약천사[藥泉祠] 삼문 앞 돌에 그의 시조가 새겨져 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약천 남구만은 조선 숙종 때 영의정을 세 번씩이나 지냈으며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 이곳 강릉 지방으로 유배를 왔었다.

바쁜 농촌의 생활 모습을 그린 시조에는

어지러운 나라에 대한 걱정과 부패한 조정 관리들을  충고하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심곡, 골짜기가 깊다는 뜻인가?

꽤나 긴 골짜기 안에 마을이 있고 논밭이 있다.

여기저기 담배 밭이 많이 보인다.

영동 지방에서 처음 보는 풍경이기에 옆에 물어본다.

역시 처음 본다고 한다.

 

긴 골짜기 끝에 무성한 숲길을 길게 헤쳐 윗재에 올라 잠깐 쉰다.

심곡 사람들이 이 고개를 넘어 옥계 장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땀을 닦으며 주고받는 이야기 중 아주 중요한 거 하나.

- 촌놈들 고추가 크다.

- 어릴 때 갖고 놀 게 없으니 늘 주물럭거려서 그렇다.

- ㅎㅎ

 

고개를 넘어 내려오니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산 밑에 마을이 있고 잘 가꾸어진 논과 밭이 있다.

고추, 감자, 옥수수 ‥‥‥.

 

옥계시장까지 와서 버스에 오른다.

강릉바우길이 아닌 동해바우길 20Km.

 

* 동해시 묵호읍 - 묵호어항 - 묵호등대 - 어달항 - 대진항 - 망상해수욕장 - 심곡 약천[남구만 시비] - 윗재[동해시와 강릉시 경계] -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 옥계시장[2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