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3. 21:33ㆍ바우길
면사무소와 보건지소와 농협이 이웃해 있고
길 건너 초등학교 교문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강릉시 신북면 면사무소 앞마당에서 ‘날라리 체조’를 한다.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날라리 체조’라는 말로 마음을 푼다.
강릉수목원 가는 길에 지방 방송국 기자 둘이 취재를 위해 동행한다.
작은 개울 저 위에 저수지 둑이 보인다.
개울은 강릉 시내를 흐르는 남대천 상류이고, 둑은 오봉저수지다.
아침 안개인가 했더니 이슬비가 내리는 둥 마는 둥 한다.
흐르는 듯 구르는 듯 꽃잎에 맺힌 저건 이슬인가 구슬인가.
좀 망설이다가 비옷을 꺼내 입고 버들고개를 넘어 강릉수목원.
하늘 정원에도 올라 보지만 강릉시내와 동해바다는 안개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안개가 피워내는 운치에 젖어 바라보고 거닐어 본다.
수목원에서 도시락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하늘이 벗어진다.
개울가를 가다가 마을도 지나고 들판으로 이어지는 길.
좋다.
길을 가며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좋다.
나무 중에 진짜 나무는 참나무다.
그 중에서도 으뜸인 것은 상수리나무.
상은 위라는 뜻이고 수리는 으뜸이라는 뜻이다.
잎을 따서 짚신바닥에 깔아 물이 배는 것을 막는 데 썼기 때문에 신갈나무[신에 깔다]
인동초가 많이 보인다.
꽃 색깔이 하얀 것도 있고 노란 것도 있다.
하얗던 것이 노랗게 변하는 것은
벌과 나비에게, ‘나는 수정을 하였으니 오지 마라’는 뜻이란다.
봉숭아도 피었다.
봉숭아꽃은 땅을 향하고 있지만 꽃잎에는 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
길가 집 울타리에 살구가 노랗게 익었다.
마당에 나와 계신 할머니께서 와서 따 먹으라신다.
우~ 몰려가서 한두 개씩 맛을 본다.
시큼한 것이 살구 맛이다.
좋다.
얼마큼 가다가 쉬고 있는데
뒤 이어 오는 사람이 할머니 말씀이라며 전한다.
- 따 먹으라니까 정말 따 먹데요.
- 농약 쳤는데.
한 바탕 웃고 나서, 또 다른 사람이 말한다.
- 정선에 사는 어느 시아버지가 ‥‥‥.
다른 사람이 또, 또 ‥‥‥.
- 하하하.
다시 들길을 지나고 마을길을 지나고 숲길을 지나서 신복사지.
고려 때 지어진 신복사라는 절이 있었던 곳에 삼층석탑이 있고
탐을 향하여 기도하는 돌부처가 있다.
여기에서 또 이야기꽃이 핀다.
강릉 지방의 문화재에 대하여, 인물에 대하여, 자연에 대하여 ‥‥‥.
이 사람들은 매주 토요일 이렇게 바우길을 걷는다.
지식을 나누고 정보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아기자기하게 정서를 가꾸고 삶을 일구는 사람들.
오늘 또 이렇게 강릉을 걷는다.
* 강릉수목원 가는 길 / 성산면사무소-버들고개-강릉수목원-대관령사슴목장-상아어린이집-신복사지-단오문화회관 /15.5Km.[강릉바우길 15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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