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30. 16:02ㆍ미얀마라오스
(1월 14일)양곤에서 방콕으로 날아왔다. 공항에서 후알람퐁 역까지 택시를 탄다. 라오스와의 국경까지 가는 야간열차가 출발하는 저녁 8시 반까지는 한나절이나 남았다. 역내 보관소에 짐을 맡겨두고 점심을 먹으면서 한나절 여정을 생각해 본다. 일단 관광 안내소엘 가보자.
관광안내소에 가서 말을 걸어본다. 여자 졍찰관이 나선다. 나는 태국 말을 모르고, 그는 한국말을 모르고, 서로가 짧은 영어에 발음마저 다른 게 많으니 소통이 어렵다. 그러나 최대한의 친절과 성의를 베푸는 그녀가 고맙다. 그 정도 시간이면 멀리 가지 말고, 가까이 있는 Wat Traimit과 차이나타운을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Wat Traimit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황금불상이 있다. Sukhothai Traimit Golden Budda. 높이가 3m. 무게가 5톤. $1,400만 정도. 15세기에 만들어졌으며, 라마3세 때 방콕으로 옮겨 왔다. 불상 표면에 도난 방지를 위해 회반죽, Stucco가 덧입혀져 있었는데, 1955년 운반 도중 사고로 깨지면서 불상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사원에 들어가 두세 시간 동안 불상 옆에 앉아있기도 하고, 서성이기도 한다. 불상을 보러오는 관광객들은 거의가 서양 사람들이고, 예물을 드리고 기도를 하러 오는 신자들의 걸음도 끊이지를 않는다. 쉬는 건지 명상을 하는 건지 푹 눌러 앉아 있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한참을 앉아 있는데, 가까이에서 좌선을 하는 자세로 앉아 있던 중년 부인이 말을 건다.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며 어울려 본다. 나의 반가부좌를 보고, 다리가 아프지 않느냐, 평상시에도 그렇게 앉느냐 하면서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건강에도 아주 좋은 자세라고 하면서 자기는 그런 자세가 아주 어렵다고, 잘 안 된다고 한다. 중국 사람인데 이곳에 살고 있으며 불교신자라고 하면서, 당신도 그러냐고 묻는다. 물론 나는 아니지. 지금 젊은이들은 부처에 대한 신앙이 거의 없으며, 어릴 때부터의 교육이 잘 되지 않아서 그렇다는 둥, 혼자 여행을 하느냐는 둥 꽤 여러 이야기를 나누오 본다.
사원이 문을 닫는 다섯 시 정각까지 불상 옆에 앉아 있다가 나온다. 나오면서 대학생들이 벌이는 세 장짜리 설문조사에도 참여하고. 하하.
이제 차이나타운으로 간다. 저녁때가 되면서 일반 가게는 문을 닫고, 음식점들이 야간 영업을 하기 시작한다.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다가 어둠이 내리는 때를 맞추어 먹을거리 골목으로 들어간다. 전깃불이 요란하고, 붉은색 현수막이 요란하다. 어제까지는 미얀마 맥주가 참 좋았고, 오늘은 방콕 차이나타운에 앉아 태국 맥주를 마신다. 태국 맥주에는 비아 씽과 비아 창이 있는데, 오늘은 우선 비아 씽부터 한잔 한다. 미안마 맥주보다는, 분명 못하지만 그런대로 괜찮고, 왕새우 구이 싱싱한 맛이 입안 가득 기분 좋게 풍긴다. 이제 열차 역으로 간다.
역 구내 식당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열차에 오른다. 두 차례 다녀온 시베리아횡단철도에 대한 추억 없을 수 없다. 밤낮없이 덜컹거리며 흔들려도 마냥 즐겁기만 하던 시베리아 열차. 오늘밤엔 라오스 국경을 향해 간다. 쉬지 않고 덜컹거리는 즐거움을 어이 잊으랴. 다시 그 즐거움에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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