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30. 22:43ㆍ미얀마라오스
어제 예약해 놓은 가이드와 함께 트레킹을 떠난다. 툭툭을 타고 30여 분 달려 강가 마을에 왔다. 칠레에서 왔다는 청년들은 코끼리를 타러 간단다. 카누처럼 생긴 배로 강을 건너 산속으로 들어간다. 티크나무숲을 지나 한참을 가니 산속 마을이 나타난다. 몬족과 라오족이 어울려 사는 마을이라고 한다. 골목골목 아이들이 놀고 있고, 나무나 갈대 비슷한 풀로 무엇을 만들고 엮는 등 집안일을 하는 어른들이 보이고, 햇볕을 쬐는 노인들도 보인다.
마을을 지나 다시 숲속으로 이어지는 길, ‘아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이드가 이것저것을 알려 준다. 이건 몬족이 지붕을 이을 때 쓰는 풀이고, 이건 소화제로 쓰이는 약초, 이건 지사제, 이것도 먹는 열매, 등등. 고무나무 숲에서는 수액을 채취한 흔적에서 응고된 수액을 뜯어내어 보여준다. 하얀 고무줄이라고 보면 되겠다. 아주 깨끗한 느낌을 주는 그것을 길게 늘이니까 탄력 있게 늘어난다. 신기하다.
몬족 마을에 왔다. 아저씨 두 분이 대나무로 그릇을 엮고 있고, 할머니는 헝겊 조각으로 무엇을 만들고 있으며 아이들도 산에서 채취한 풀로 무엇을 만들고 있다. 앉아 점심을 먹는데 강아지와 병아리를 거느린 어미닭이 다가와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려고 다툰다. 울타리를 넓게 두른 돼지우리에 멧돼지처럼 이빨이 삐죽 나온 돼지 두 마리가 돼지처럼 누워 있다. 저 놈이 밖으로 나오면 물릴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해 준다.
아이는 또 열심히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준다. 이들의 전통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로 쓰이는 나무를 잘라 보이며 맛을 보여 주기도 하고, 대나무를 잘라 우리네 버들피리처럼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들어 시범을 보이고 불어보라고도 한다.
깊은 숲 속에 또 마을이 나타난다. 카무족 마을이라고 한다. 마을 입구에서 아이가 말한다. 라오족은 불교를 믿지만 몬족과 카무족은 아니란다. 이들은 사람이 죽으면 주검을 나무 위에 올려놓아 짐승들이 먹게 하는 장례 풍습을 가지고 있다는 말도 해준다. spirit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정령신앙을 말하는 것 같다.
마을 규모가 꽤 크다. 지붕을 이을 이엉을 엮는 사람들이 있고, 마당에 쌀을 널어 말리는 집도 있다. 사랑방 격인 방에 모여 노는 소리가 들리고, 햇볕을 쬐는 노인들, 집 문 앞에서 불알을 다 내놓고 어정거리는 아이들, 대나무로 그릇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곳곳에 모닥불 흔적이 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속 마을에 태양열 전지를 단 집들도 더러 눈에 띈다. 오리와 닭, 강아지, 돼지 등이 길거리에 몰려다니기도 한다.
마을회관이 있고 구판장도 있다. 아이와 라오 비어 한 캔씩을 나누어 마시고 마을을 벗어난다. 마을 어귀에 초등학교를 들여다보면서 아이가, 저 칠판은 한국 사람들이 기증을 한 것이라고 말한다. 자세히 보니 왼쪽 위 귀퉁이에 ‘사랑으로’라는 한글 스티커가 붙어 있다.
잔디 비슷한 풀이 깔린 조그마한 운동장 옆에 있는 독립가옥은 기숙사라고 한다. 휴일인 오늘 학교는 조용하다. 아이가 하는 말로는 여기 학교들은 1년에 몇 차례, 보통 2주씩의 방학을 한다고 한다.
길도 좋고 풍경도 좋고, 날씨도 좋고, 산속 거의 원시에 가까운 마을도 만나고, 가이드의 설명도 재미있는, 아주 좋은 트레킹 7시간을 기분 좋게 마치고, 메콩강 가에 앉아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라오 맥주를 한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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