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30. 22:26ㆍ미얀마라오스
1월 18일
방비엥에서 둘째 날 아침이 열렸다. 약간 이지러진 달이 서쪽 하늘에서 빛을 잃어가고, 아침 시장 난전에 진열되어 있는 채소들이 싱싱하다.
자, 이제 아침을 먹고 나서 루앙푸라방으로 버스를 탄다.
라오스 북부지역은 험준한 산간지역이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은 산간에서 산간으로 가는 길, 험하기가 이를 데 없다. 강원도가 어떻고 지리산이 어떻고 하는 말이 무색하달 만치 어마어마한 산속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높고 험한 곳에도 찻길이 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상태가 매우 좋지는 않고 가끔씩 먼지가 풀풀 나기는 하지만 분명한 포장도로이고 자동차들이 다니고 있다. 신기하게도 마을들이 나타나고, 작은 장터도 보인다. 전봇대가 서 있고 이따금 위성안테나도 보인다. 문명은 길을 타고 이 험한 산속까지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산길은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고 상념도 따라 이어진다.
운전석 옆에 앉은 서양 여자가 운전사에게 볼일이 급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인데 운전사는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다. 화장실이 딸린 작은 노점이 보이자 서양 여자는 손짓을 하면서 다시 부탁한다. 그제야 눈치를 챘는지 노점을 막 지나치려던 기사가 길가에 차를 세운다. 노점은 작고 물건도 얼마 안돼 보이는데 화장실 칸수를 늘리는 공사가 한창이다. 꽤나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여행객들이 늘고 있으니 더 많은 화장실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한 이십여 분 산길을 헉헉거리던 버스가 멈춰 선다. 제법 규모가 큰 식당들이 있다. 승객들 점심도 해결하고 볼일도 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고속도로 휴게소 쯤 되는 셈이다. 닭고기가 들어간 국수 맛은 정말 좋다. 우리 입맛에 딱이다.
방비엥에서 루앙푸로방까지 6시간. 따지고 보면 이건 약과다. 이번 여행에서 10시간 안팎 버스길이 한두 번이었던가. 이렇게 종일 또는 밤새도록 버스나 열차를 타는 것도 의미 있는 여행이 아니던가. 차창으로 지나치는 낯선 풍경을 바라보면서 갖가지 생각의 나래를 펼치며 여유를 즐기는 것, 일상을 저만치 두고 바라보는 느긋함, 인간의 삶과 자연 그 어떤 것들에 대한 상각을 빚어보는 것, 이 모든 것들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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