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30. 16:26ㆍ미얀마라오스
1월 16일.
점심때를 훨씬 지나 방비엥에 도착한다. 배낭을 벗어놓고 길거리 여행사에 들러 내일 카약킹 예약을 해놓고 늦은 점심을 먹고 나니 거의 네 시. 마을을 멀리 벗어나기는 좀 그렇고, 일단 강가로 간다.
마을 서쪽을 흐르는 강, Nam Song. 대나무다리를 건너는데 4,000K을 달란다. 상류로부터 카약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 모터보트를 타는 사람들, 튜브를 타고 텀벙거리는 사람들, 강가 음식점에 앉아 뭘 먹는 사람들, ‥‥‥. 거의 모두가 외국인들이다.
강변길을 오르락내리락 어슬렁거린다. 한국말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비구니 스님 두 분이다. 루앙 푸라방에서 6일을 묵고 비엔티엔으로 가는 길에 오늘은 여기서 묵게 되었단다. 성지순례를 다녀오시는 셈이다. 루앙 푸라방엔 사원이 많고 여기 방비엥은 경치가 아름다워 좋은 곳이라고 하신다. 안녕히 가세요.
좀 더 어정거리다가 기가 막히게 좋은 명당을 잡는다. 해 넘어가는 풍경을 가장 멋있게 바라볼 수 있는 곳. 잽싸게 자리를 잡고 앉아 라오 맥주 한 병을 시킨다. 와! 이렇게 흐뭇할 수가. 하하. 느긋하게 잔을 기울이면서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넘어가는 해를 받쳐주는 산의 생김새도 멋있고, 해를 넘기는 하늘빛도 멋있고, 넘어가는 햇빛을 담아내는 강물도 멋있다. 잔을 들어 기울인다. 한참 멋을 부리고 있는 산과 하늘과 강물, 그리고 라오맥주와 나.
이제 해는 완전히 넘어갔고, 집집마다 어둔 불이 켜지고, 어둔 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섣달 열이레 둥근달이 큼직하게 떠 있다. 어두워진 강변을 이리저리 걷다가 외국인 여행객들이 붐비는 거리로 들어선다. 한둘 아니면 두서넛씩 다니는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예닐곱 또는 여남은 명씩 무리를 지어 거리를 누비고 식당에 앉아 떠들썩하게 먹고 마시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다.
강가에서 라오맥주를 했으니까 이번에는 소주나 한잔 할까. 몇 집을 기웃거리다가 드디어 라오라오를 찾았다. 라오스 소주라 하는 라오라오 독한 맛을 두어 잔 털어 넣으며 한동안 앉아 초저녁 거리풍경을 바라본다. 외국인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라오스 산속 강가에 있는 작은 마을, 방비엥. 한국의 읍소재지 정도랄까
석쇠에 구운 돼지갈비 한 점에
라오라오 한 모금
어둠 속에 껌벅이는 불빛들
먼 나라 낯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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