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맑다[0117]

2014. 1. 30. 21:48미얀마라오스

1월 17일

막 해가 떠오르는 거리, 이른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비질을 하여 어둠을 몰아내고 가게 문을 열고 있다. 아침시장도 열리고 있다. 동굴 관광과 카약이 예약되어 있는 날이다.

 

트럭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달렸다. 옆자리 청년은 프랑스에서 왔고 그의 여자 친구로 보이는 아가씨는 스웨덴 사람이다. 내 앞에 앉은 진호와 나는 한국사람, 나머지 예닐곱 명은 거의 스위스나 스웨덴 청년들이다.

 

먼저, 튜브를 타고 동굴로 들어간다. 튜브를 타고 머리에 전등을 켜고 매어진 로프를 따라 동굴 안 물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온몸이 물에 젖을 수밖에 없고, 어떤 곳에서는 튜브에서 내려 첨벙첨벙 물에 빠져 걷기도 한다. 이마 불빛이 동굴 안을 흐르는 물에 비친다. 맑은 물이 흐르면서 맑은 소리를 낸다. 맑은 물에 떠 흐르는 몸도 마음도 맑아진다. 한 20~30분쯤 걸렸을까. 숲속에 숨어 젖은 옷을 짜 입고 햇볕에 말린다. 열흘 넘게 입었던 바지와 한 닷새 입은 티셔츠 빨래를 간단하게 해결한 셈이다.

 

 

 

 

그동안에 점심상이 차려진다. 볶음밥에 야채닭고기 꼬치 하나와 바게트 빵 하나. 맛있고 푸짐하다.

 

 

 

점심 식사의 맛 좋은 느낌을 입 안에 가득 담고 강으로 간다. 가는 길에 코끼리동굴, 탐쌍에 잠깐 들른다. ‘탐’은 동굴 ‘쌍’은 코끼리를 뜻하는 여기 말이다. 종유석 모양이 코끼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밖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로 짧은 동굴 안에 불상이 모셔져 있고, 입구에 누워있는 부처상, 와불이 하나 있다.

 

 

이제, 카약에 몸을 싣는다. 아~! 좋다. 맑은 물위에 떠서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노를 젓는다. 물도 맑고, 공기도 맑고, 소리도 맑고, 햇빛도 맑다. 사람 사는 세상도 이렇게 맑을 수는 없는 걸까. 아니, 그런 골치 아픈 생각은 잠시 치워 두자. 세상에 오염될 일 없을 맑고 맑은 물에 떠서 싫도록 흘러간다.

 

오늘 따라 맑게 보이는 라오 맥주, 맛도 빛깔도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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