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에 또
2014. 3. 2. 21:31ㆍ충청
죽령에서 소백산천문대가 있는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까지 왕복 22.6Km.
연화봉 이후부터 두텁께 다져진 눈길이 꽤나 미끄럽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눈발은 거칠어지고 아이젠은 없고...
손가락 끝 비로봉을 바라보고 바라보면서 몇 번을 망설이다가 용기를 낸다.
덕분에 두어 번 엉덩방아를 찧긴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비로봉에 닿았다.
그래, 이런 게 그리워 산을 찾는 거지.
산꼭대기 바람에 온몸을 내맡겨 놓고 사방을 둘러보면서 한껏 여유를 즐긴다.
잠깐 얼굴을 내밀던 해님은 다시 구름 뒤로 숨어들고 다시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린다.
가루눈이 내리다가 함박눈이 펄펄 나부끼다가 다시 햇빛이 비치다가 다시 바람이 불고 또 눈이 내린다.
산등성이를 타고 넘는 구름은 은근한 기운을 품고 이리저리 흘러다니고 나그네는 구름 흐르듯 걸음을 옮긴다.
이제 내일부터 새학년.
새봄이다.
쌓인 눈이 아직도 두껍고 지금 또 눈이 내리고 있지만
오는 봄을 막지는 못하는 법.
2014.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