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강[장군목-강진]

2014. 6. 7. 16:01섬진강

201466

부윰한 새벽에 곤한 잠에서 깨어 좀 뒤척이다가 일어난다.

고요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산촌이 맑은 어둠을 벗는다.

부지런한 주인 양반이 텃밭을 가꾸고 있다.

더덕 마늘 양파 상추 쑥갓 감자 매실 등등.

발갛게 익은 앵두 몇 알 따먹으며 강변길로 나선다.

 

 

저만치 요강바위

그리고 강물과 어우러지는 그만그만한 바위덩이들.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산을 담아내는 맑은 강물.

얼마 가지 않아 천담 마을을 지나 장산 마을이다.

장산 곧 진뫼마을은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고향이다.

마을 앞강을 시인의 강이라 이름을 붙여 놓았고

강가 몇 군데에 김용택의 시를 새긴 돌을 세워 놓았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이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김용택/섬진강 1.

 

물우리 마을 앞 강변 밭둑에 오디가 새까맣다.

큼직하니 탐스런 오디 한 옴큼, 이것이 오늘 아침밥이다.

 

덕치면 소재지 회문리를 지나 강진면으로.

망월촌 앞 쉼터 그리고 강진교를 건너 한참을 헤맨다.

이리 가면 섬진강 댐 저리가면 강진면 소재지.

신평으로 가려면 강진 쪽으로 가야하고

섬진강댐으로 가려면 이쪽으로 가야한다.

빨리 갈 요량으로 강진 쪽으로 가다가 맘이 변한다.

다시 섬진강댐 쪽으로 한참을 가다가 한 아저씨를 만났다.

섬진강댐을 지나 신평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없단다.

돌고, 돌고 또 돌고 하면 길이야 없을까만

날씨도 덥고 배도 고프고, 일단 강진에 가서 밥부터 먹자.

강진 터미널 식당에서 시원한 냉면 한 그릇.

여러 생각 끝에 임실 가는 버스를 탄다.

여기서 임실까지는 버스로 20.

그래, 이번에 이만 하자.

임실역에서 열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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