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문산[순창]

2020. 2. 4. 16:49전라

 

 

 

2020년 2월 4일. 이른 아침에 순창 회문산에 오르다. 아침 햇살이 맑게 퍼지고, 떨어져 쌓인 가랑잎에 내려앉은 하얀 서리가 햇빛에 반짝이고, 서늘한 공기가 볼을 살짝살짝 건드리다. 역사책에서, 소설책에서, 이야기 속에서 만났었던 빨치산 병사들을 생각하다. 6.25 때, 고립무원한 지경에서, 여기 회문산을 근거로 이리저리 치고 쫓기고 헤맸었을 빨치산들의 기구한 삶을 떠올리다. 그들이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을 그려 보다. 일제시대, 아니, 더 오래전부터 한국전쟁과 그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빨치산들은 어떤 신념으로 험한 산속 추위와 배고픔을 달랬을까. 가혹한 시련에 치열하게 맞서는 신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새삼스런 질문이 떠오르다.

 

산이 아주 좋다. 산길이 아주 좋다. 자연휴양림이 들어선 골짜기를 빙 둘러선 산등성이 길이 좋다. 사방에 펼쳐지는 산 너울이 멋있고 좋다. 사방 곳곳 골짜기에 깃들인 마을들이 정겹게 다가오는 게 좋다. 산에 오르고, 산길을 걷는 것이 이래 좋은 것이구나, 새삼스런 생각을 하다

 

큰지붕, 작은지붕 하는 봉우리 이름이 재미있다. 회문산에 명당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큰지붕에서 작은지붕을 지나 이어지는 산등허리에 무덤들이 참으로 많은 걸 본다. 김대건 신부의 동생과 조카의 무덤도 있다지. 신부가 참형되는 마당에서 후손에 대한 기대감에 명당을 찾아와 살다가 여기에 묻혔단다.

 

어느새 처음 그 자리. 산 아래 이쪽 저쪽은 순창, 임실, 정읍 땅이고, 전라남도 담양도 이웃해 있는 산. 아주 좋은 인상을 갖고 간다. 회문산자연휴양림 앞 주차장-삼지봉-큰지붕(회문산, 837)-작은지붕-시루바위-문바위-돌곶봉-주차장/8.5Km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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