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3. 22:19ㆍ전라
2020년 2월 3일. 중국 우한 발 코로나바이러스로 지구촌 전체가 난리다. 해외 국내 할 것 없이 여행을 꺼리고, 이미 잡혀 있던 일정까지도 취소하고, 연기하고, 말 그대로 난리가 따로 없다. 덕분에 홍도 여행은 없던 일이 되었고, 좀 망설이다가 전라북도 순창 강천산으로 간다. 우리나라 최초 군립공원(1981년)이라고 하며, 전라남도 담양군과의 경계에 있다. 관광안내소 직원이 말한다. 높지는 않지만 정말 아름답고 좋은 산이라고.
신발끈을 매고, 배낭을 짊어지고, 산줄기를한 바퀴 빙 돌아 제자리로 오는 길을 그려 본다. 그리고 걸음을 뗀다. 병풍폭포를 지나 깃대봉으로 오르다. 깃대봉에서 왕자봉(강천산), 형제봉을 지나 산성 북문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 산등허러리 길이 좋다. 산이 맑고, 길이 예쁘고, 하늘이 맑고, 나그네 발길이 가볍다.
북문에서부터 산성을 따라 구부러지는 길이 또한 좋다. 산꼭대기에 남아 있는 옛 돌성이 신기해서 좋고, 세상을 잊으니 좋고, 아무 생각 없이 걷고 걷는 것이 좋다. 동문을 지나서도 이어지는 산성 길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내고, 강천사 쪽 길을 잡는다. 대나무 숲이 자주 나타나는 호젓한 산길이 좋다. 길가에 이따금 보이는 기와 조각은 꽤나 오래 된 옛날 것들이겠지. 비룡폭포는 말라 있고, 이제부터는 예쁘게 닦인 길이다. 군립공원에서, 맨발로도 걸을 수 있게끔 신경 써서 만들어 놓고 자랑하는 길. 맨발로 걸으면 좋은 점들을 적어 놓은 안내판도 보인다. 구장군폭포는 어린애 오줌줄기마냥 가늘지만 힘차게 떨어지고, 짧은 구름다리는 제대로 한 멋 하고, 절의탑과 삼인대는 옛 이야기를 전한다. 세상 모르는 나그네는 타박타박, 산속에는 고요함과 평화로움.
순창 강천산은 담양 산성산과 한 덩어리이다. 담양 쪽 빗방울은 영산강으로 흐르고, 순창 쪽은 섬진강으로 간다. 산성 북문에서 한나절 걸음이면 담양 읍내에 닿는다. 전에 한 번 걸어봤지. 구불구불 휘어지는 산줄기는 강천사 계곡을 포근하게 감싸 안고서 골짜기 끝을 조붓하게 틔워 놓았다. 골짜기 안에는 기암괴석이 날아가고, 바위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더러 있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있고, 산기슭 산책로가 있고, 출렁다리가 있다. 길가에는 삼나무, 벚나무, 개나리, 단풍나무 들이 있고, 일게 모르게 공원을 관리하는 손길이 있다. 순창 강천산은 산림청이 정한 100대 명산에 들어 있고, 푯돌이 서 있는 왕자봉은 해발 584m. 담양 산성산은 산성이 있어 산성산이고, 산성 이름을 따라 금성산이라고도 한다. 해발 603m 연대봉에 푯돌이 있다. 순창 강천산이고, 담양 산성산이다.
군립공원주차장-병풍폭포-깃대봉-형제봉(전망대왕복)-북문-동문-비롱폭포-구장군폭포-구름다리-강천사-병풍폭포-주차장/16Km쯤. 되돌아와서 보니 병풍폭포에 무지개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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