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백운산
2020. 4. 11. 23:39ㆍ경기
정선 동강 가에 있는 백운산에 오르면, 굽이굽이 신비롭게 구불거리는 물줄기가 내려다보이고, 장수 백운산과 광양 백운산에는 6.25 빨치산 이야기가 있고, 정선 고한 백운산 기슭에는 운탄길이 있다. 대한민국에 30개가 넘는다, 50개가 넘는다, 하는 백운산. 2020년 4월 11일 토요일. 오늘은 포천 백운산(930.1)이다.
흥룡사에서 출발하여 흥룡2교를 건너자마자 왼쪽 길로 올라가다. 숲을 이루어 죽죽 벋은 소나무 참나무가 예쁘고, 키 큰 나무 아래 조용조용 피어나는 진달래가 수줍고, 더 올라선 곳엔 앉은뱅이 양지꽃들이 반짝인다. 산등성이 곳곳에 참호와 진지들을 보면서 전방 지역임을 생각하고, 군 생활 먼 기억을 더듬다. 도마치봉을 지나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이 길이 아니다. 지척 화악산을 바라보고, 사방을 살피다가 돌아선다. 도마치봉에 다시 와서 홍류봉 쪽으로 내려오다. 도마치봉-도마봉 왕복 1시간 남짓은 덤. ㅎㅎ. 도마치봉에서 흥룡사를 향해 내려오는 길이 몹시 험하다. 아니, 위험하다. 가랑잎에 묻혀 길 흔적이 희미한 곳이 있고, 자칫 미끄러져 저 밑으로 떨어지기 십상인 아슬아슬 비탈길이 많고, 제멋대로 생겨서 제멋대로 널려 있는 돌길이 태반이다. 100대 명산이고, 지도에는 뚜렷한 길인데.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지친 발걸음이 오히려 즐거운 것은 웬일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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