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시골 하천[성남 탄천]

2019. 11. 7. 20:21경기

 

 

 

 

 

삼천갑자. 회갑(60년)이 삼천 번이니 18만 년. 염라대왕이 저승사자를 보내면서, 삼천갑자를 놀고 먹으며 살고 있는 동방삭을 잡아오라고 하였다. 둔갑술이 뛰어난 동방삭을 잡는데 실패를 거듭하던 저승사자가 꾀를 냈다. 어떤 사람이 냇물에 숯[炭]을 씻고 있는 것을 본 동방삭. 숯을 왜 빠는 거요. 너무 검어서 희게 만드려고요. 허허, 내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숮을 물에다 씻는 건 처음 보네. 이 놈이 바로 동방삭이구나. 삼천갑자 동방삭.

 

저승사자가 숯을 씻었다는 냇물을 숯내, 숫내, 탄천이라고 한다. 경기도 용인시 법화산에서 발원하여 성남시를 지나 서울에서 한강에 합류하기까지 35Km쯤. 조선시대에는, 주변에 숯막이 많아 항상 검은 물이 흘렀기에 검은내라고 불렀단다.

 

2019년 11월 7일. 성남시를 흐르는 탄천. 대도시를 뚫고 지나가는 하천 환경이 아주 깨끗하다. 흐르는 물이 깨끗하고, 물가 숲이 깨끗하고, 양옆에 이웃하여 물을 따라 흐르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깨끗하고, 가을 하늘 가을 햇빛이 깨끗하다. 흔들흔들 냇물을 희롱하는 갯버들과 징검징검 징검다리, 허연 머리를 흔들거리는 갈대와 억새, 울긋불긋 단풍과 느릿느릿 헤엄치는 물고기들과 이를 노리는 두루미,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물오리들과 먼 산 단풍 빛깔.

 

냇물 양 어깨 숲 너머로 하늘을 찌르는 건물들이 보이기는 하나, 여기 물가 분위기는 온전히 시골 분위기다. 이정표를 보면, 상류 쪽 용인시 경계에서 하류 쪽 서울시 경계까지 16Km. 치열한 도회지 삶을 잠깐 제쳐 두고 나온 사람들이 한가로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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