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석불과 석탑[당진 봉화산솔바람길]
2020. 6. 13. 22:40ㆍ충청
2020년 6월 13일 토요일.
당진 안국사지를 에워싼 산등성이를 걷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불볕을 가려주는 시원한 숲길이고, 이따금 나타나는 소나무 숲길이 참으로 예쁘다. 봉화산 솔바람길이다. 예전에 봉수대가 있었기에 봉화산이라고 했을 것이다. 안내도에는 봉수대를 복원해 놓은 봉화산 말고도 은봉산과 구은봉산이 표시되어 있지만, 표지석 대신 이정표를 보고 짐작할 뿐이다. 골짜기 입구에 작은 저수지, 원당지가 있고, 몇 발짝 안되는 저수지 둑방이 골짜기를 동그랗게 둘러싼 산등성이 길을 이어주고 있으며, 골짜기 안쪽으로 500m쯤 되는 거리에 또 하나의 저수지가 있다. 안국지다. 안국지 가까이에 안국사지 석불과 석탑이 있고, 산속으로 500m쯤 더 올라간 곳에 안국사지, 절집터가 있다.
가까스로 6Km쯤 되는 산길에 이어 골짜기 안으로 들어간다. 안국사지 석불, 석탑과 안국지는 15년 전 충주-만리포 도보여행 추억이 있는 곳이다. 희끗희끗 눈발이 섞이는 바람결을 말없이 받아내던 돌부처님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었지. 그때처럼 산의 품에 안겨서 사방 산그림자를 담아내는 저수지 가에는 낚시꾼 몇이 앉아 있고, 저수지 아래 계단식 논에는 풀숲이 무성하다. 무상한 세월이다.
좀 더 걷자. 석불과 석탑 주변을 맴돌고, 손바닥만한 저수지 가를 어슬렁거리다가 안국사 절터로 올라간다. 풀숲에 묻힌 절터를 지나 곰두머리재에서부터 원당지까지는 처음에 좋다, 좋다, 하면서 올라왔던 길이다. 숲 그늘이 정말 좋다. 실컷, 아주 싫컷 즐긴다는 배짱으로 늑장을 부려본다.
원당지-봉화산-곰두머리재-은봉산-황소고개-구은봉산-원당지-안국사지석탑/안국지-안국사지-곰두머리재-봉화산-원당지/10Km쯤
- 내포문화숲길: 이정표에 원효 깨달음길, 내포문화숲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사방 열 고을 - 홍성, 서산, 당진, 예산 지역이 내포 지방이고, 이 지역 둘레길 이름이 내포문화숲길이다. 백제부흥군길, 원효깨달음길, 내포천주교순례길, 내포역사인물동학길, 넷으로 나뉜다.
- 매향: 고려 시대 민간 신앙 공동체 향도에서, 내세의 복을 빌기 위해 향(나무)을 땅에 묻는 행사를 이르는 말. 불교, 토속 신앙, 풍수지리가 융합된 형태. 향도는 신앙 생활, 토목 공사, 군대 동원 등 공동체 활동을 하였다고 한다. 안국사지 석불 뒤 배바위에 매향 의식을 전하는 암각 글자가 있다. 주문진 향호, 신안 암태도 등 바닷가에서 보고 들은 적이 있으나, 내륙 산간에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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