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방[서천 천방산둘레길]

2020. 6. 20. 22:40충청




- 서해 바다를 건너온 당나라 소정방이 기벌포 풍랑을 잠재우기 위해 천 개의 방을 지었다.

- 천 개의 방을 짓고 나자, 도승의 말대로 풍랑이 멎었고, 소정방은 금강을 거슬러 사비성을 공격하여 백제를 멸망시켰다. 천 개의 방은 절집이 되어 천방사, 산 이름은 천방산이라 했다. 천방사는 없어진 지 오래고, 지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은 사찰 이름은 음적사. 천방산은 서천의 진산이라고 한다.

2020년 6월 20일 토요일. 충남 서천군 천방산 둘레길을 걷는다. 천방골 입구 주차장-천방루-천방산-초현리(절골-감남골-선녀골)-주차장-음적사-주차장/10Km.

천방사 둘레길을 걷자고 와서 안내도와 약간 다르게 길을 정한다. 덕분에 우거진 숲속을 헤매고, 산속 작은 마을들을 만난다. 천방루를 거쳐 천방산까지는 여느 산길이었고, 산마루에서 눈어름으로 잡은 길이 오늘의 하이라이트. 점차 희미해지는 길의 흔적을 살피다가 다시 눈어림으로 잡목숲을 헤치고, 대숲을 헤친다. 음적사를 기대하며 겨우 만난 세상은 천방골에서 산등성이 두셋은 넘어야 하는 골짜기다. 허 참. 산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길을 잡는 것이 얼마다 황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지, 너무나도 뻔한 일이고, 몇 번 겪어 봤으면서도 이러는 것은 타고난 어리석음이겠지. 아니, 오만이라고 할까? 산등성이를 넘는 길은 없고 산발치 모양을 따라 돌고 도는 길을 걷는다. 덕분에 좀 부족할까 싶었던 걸음을 아쉬움 없을 만큼 걷긴 했지만, 만성이 된 어리석음과 오만은 어찌할꼬. 천방골 다랭이논이 예쁘다. 맑은 둠벙이 딸렸고, 모내기한 지 얼마 안 된 조붓한 논다랑이가 서너 계단을 이루고 있다.

- 기벌포: 삼국시대에, 충청남도 사천군 장항읍 일대 금강 하구를 일컫던 이름. 백제는 한강 유역 위례성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금강 유역 웅진(공주)에 도읍했었고, 하류로 내려와 사비성(부여)에 자리를 잡고 번성하다가 멸망했다. 신라와 연합한 당나라 군대는 서해 바다를 건너와 기벌포에서 백제군을 격파하고, 강을 거슬러 사비성을 공격하여 백제를 멸망시켰다(660). 당나라는 백제 옛 땅을 차지하기 위해 다시 군대를 보냈지만, 기벌포에서 신라군에 크게 패하였다(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