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원창길[원주]

2022. 2. 10. 20:47원주굽이길




신라 말 북원(원주)의 호족 양길(궁예의 장인)이 취병산 위에서 달빛 어린 강물을 내려다보고, 그 아름다움에 취하여 '월천'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고, 간현리 병풍바위 위에 올라앉은 바위 모양이 두꺼비를 닮았기에 두꺼비 섬(蟾) 자를 써서 '섬강'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섬(蟾) 자는 '달'을 뜻하기도 하기에 '월천(月川)'이나 '섬강(蟾江)' 모두 '달의 강'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셈이고, 세월이 흐르면서 '섬강' 하나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2022년 2월 10일 목요일. 강원도 문막읍 문막교 옆 체육공원. 섬강을 건너는 다리이고, 물가 강바닥에 있는 체육공원이다. 캠핑카가 여러 대 서 있다. 강변길에서 제방 길로 올라선다. 강물을 옆에 끼고,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걷는다. 강 건너편 황효자길과 반계리은행나무길을 눈으로 짐작해 본다. 지난달에 걸었었다.

강폭도 넓고, 강이 거느린 들도 꽤 넓다. 강바닥엔 우거져 마른 풀숲이 널따랗고, 강물은 가운데로 모여서 흐른다. 물가엔 이따금 허연 얼음 조각들이 붙었고, 어떤 곳엔 하얀 눈도 한 줌씩 남아 있다.

마른 풀잎이 덮인 너른 강바닥과 나뭇가지 앙상한 산빛을 바라보면서, 봄날이나 여름날의 푸른 풍경을 그려본다. 볼 만할 거야, 하면서도 걷기에는 지금과 같은 때가 낫겠다, 는 생각을 한다. 바람이야 시원하겠지만, 뜨거운 햇볕을 가려줄 그 어떤 그늘도 없을 것이기에.

입춘 추위는 꿔다가도 한다더니, 그도 이제는 물러가는가 보다. 살며시 피부에 와 닿는 봄을 느낀다. 백화만발 요란한 잔치 마당을 펼치기에 앞서 조용히 다가와서 속삭이는 봄기운. 발걸음이 가볍다.

아, 지금, 원주굽이길 중 '흥원창길'을 걷고 있 다. 문막체육공원에서 부론 법천소공원까지 15.7Km 된다는 길이다. 섬강 물줄기를 따라 제방 길도 걷고, 강바닥도 걷는다. 섬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머리 가까운 곳에 흥원창이 있었고 한다.

흥원창: 고려 때부터 있었고, 평창, 원주, 횡성, 영월, 정선, 강릉, 삼척, 울진, 평해 등지의 세곡을 모아 보관하였다가 남한강 뱃길로 서울 용산 강변으로 실어 날랐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 쇠퇴하여 이름만 남게되었다고 하며, 지금은 남한강 제방에 그 터를 알리는 큼직한 표지석과 안내판이 서 있다.

1950년대 문막교가 놓이기 전까지 문막 섬강에 있었다는 나루터 다섯 중 네 곳을 지난다. 물굽이나루터, 개나루터, 삼괴정나루터, 후용나루터. 각각 그 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견훤산성을 가리키는 이정표도 있고, 두꺼비 조각상도 보이고, 물 위에 떠다니는 고니 떼와 겨울 철새, 하늘을 나는 기러기 떼도 보이고, 널따란 갈대밭과 오토캠핑장도 지난다.

남한강과 섬강, 두 물이 만나는 합수머리 풍경이 볼만하다. 느릿느릿, 그윽하게 흐르면서 합쳐지는 물길도 그렇고, 날아갈듯 바위 절벽이 그렇고, 강변 풍경이 시원시원하다.

합수머리에서부터는 남한강 제방 길이다. 잠깐 강바닥길로 내려섰다가 올라온다. '흥원창길'이 아닌 '여강길', '원주역사문화순례길' '남한강자전거길'을 안내하는 꼬리표와 이정표가 보인다. 함께 하는 길인 것이다. 아까, 합수머리까지는 섬강자전거길이기도 했다.

법천소공원 이웃에 문막초등학교, 몆 발짝 거리에 면사무소가 있다. 소재지 중심 마을이다. 추어탕 한 그릇에 뱃속이 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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