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양귀비길[원주]
2022. 5. 26. 22:29ㆍ원주굽이길
2022년 5월 26일 목요일. 이른 아홉 시쯤, 원주시 관설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걸음을 뗀다. 학교 뒤편에서 원주굽이길 리본을 발견하고, 이어지는 리본을 따라 걷는다. 고속도로 밑 통로를 통과하여 산길로 들어섰다. 나타날 때가 됐는데도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망설이고, 되돌아 걷고, 다시 돌아서고, 또 망설인다. 이리저리 생각을 굴린 끝에, 이 길이 맞을 것이다, 좀 더 가 보자.
핸드폰도 없고, 지도도 없고, 오로지 '감'을 믿고 가는 길. 그 잘난 '감' 때문에 헤맨 적이 한두 번이던가. 그러나, 길을 헤매는 것도, 엉뚱한 길을 걷게 되는 걷도, 여행의 일부. 굳이 정해진 길에만 집착하랴.
임도를 만나 고개를 넘고, 몇 굽이 내려온 갈촌 마을에서 리본을 만났다. 반가웠던가. 마을길 잠깐만에 산길로 들어섰다. 가파른 오르막길, 푸른 숲 그늘이 시원하다. 리본이 또 끊긴다. 머릿속으로 지도를 그려보고, 용수골을 겨냥하고, 방향을 가늠한다.
그러다가, 산 아래 산다는 사람을 만났다. 내 사정을 말하니 이곳 지리를 자세히 설명해 준다. 내 짐작과 거의 일치하는 안내를 받은 셈이다. 내리막 산길이 좀 험하기는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용수골을 찾았다.
용수골에서 꽃양귀비축제가 조용하게 떠들썩하다. 굽이길 이름이 '꽃양귀비길'이 된 연유가 되는 꽃양귀비밭이다. 그리 넓지 않은 꽃밭 가득 붉은 꽃이 바다를 이루었고, 주차장엔 자동차가 한가득하다. 용수골에서, 점심도 먹고, 땀도 들이고, 쉬었다 간다.
후사리공소를 지나고, 서곡 전원마을에서 또다시 잠깐 헤맨다. 마을에 들어서기까지는 리본의 안내를 받았는데,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들어서는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이리 왔다, 저리 갔다, 어렵게 한 주민을 만났다. 희미하지만, 혹시나 했던 곳을, 역시나, 지시하신다. 얼마간 풀숲을 헤치다보니 리본이 보인다. 그러나 세 번째 리본을 찾을 생각을 버리고, 산등성이를 넘어 바라다보이는 매지리 마을을 향해 길을 만들면서 내려선다.
'꽃양귀비길'은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삼미막국수집 앞에서 판부면 용수골을 거쳐 관설초등학교 앞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12Km 된다고 한다. 오늘, 관설초등학교 앞에서 역방향으로 일정을 잡았고, 정해진 길에서 몇 차례 벗어나는, '나다운', 걸음을 하였고, 거뜬하고 개운한 뒷맛을 이렇게 남긴다. 15.60Km. 핸드폰을 놓고 간 덕에 사진이 없다. 뒤늦게 하늘을 향하여 찰칵, 한다.
'원주굽이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부른산길[원주] (0) | 2022.10.27 |
---|---|
구학산둘레숲길[원주] (0) | 2022.06.01 |
다둔인벌길[원주] (0) | 2022.05.11 |
고바우길 [원주] (0) | 2022.04.28 |
100고개길[원주] (0) | 2022.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