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 21:46ㆍ경기
해월 최시형: 동학 2대 교주. 1827년 출생. 고아로 자라나 조지서(조선시대 종이 만드는 일을 담당하던 관서)에서 일하였다. 1861년 동학에 입교하였고, 1863년 수운 최재우의 뒤를 이어 동학 교주가 되었다. 동학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던 때에 관헌의 눈을 피해 포교에 힘썼고, 동경대전, 용담유사 등 경전을 발간하였다.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일본군에게 연달아 패함에 따라 영동, 청주 등지로 피신하였고, 원주에서 붙잡혀 서울로 압송되었다. 1898년 6월 2일 사형되었고, 6월 5일 이종훈 등이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렀다. 지금 여기, 여주시 금사면 주록리 산 136번지에 묘소가 있다.
2023년 2월 1일 수요일. 주록리 버스 승강장 옆 안내판 지도를 살피고 나서 걸음을 뗀다. 여주 '여강길' 중 하나이고, '동학의 길'이라고 한다.
버스 승강장-물구름교-오솔길 갈림길-고갯마루-산길-임도-광금사 입구-최시형 묘소-성혈사-이야기소-물구름교-처음 거기. 11.17Km.
오르막도 내리막도 급하지 않은 산길과 임도가 구불거린다. 눈이 많았던 겨울. 하얗게 쌓이고 다져진 눈길이 미끄럽다. 입춘을 며칠 앞둔 햇볕엔 따사로운 봄기운이 돌건만, 공기는 차고, 바람결은 아직 맵다.
100여 년 전, 동학 교도들의 모습을 그려 본다. 짚신 감발로 험한 산길, 미끄러운 눈길을 누비면서 교리를 전하고, 신념을 다졌을 사람들. 이쪽에서, 저쪽에서 걸어오는 그들을 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광금사 입구에서 머뭇거린다. 임도에서 길라져 산 위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미련이 붙는다. 눈 들어 이리저리 쏘아 보고, 가늠해 봐도, 어디쯤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까짓거 휙 다녀올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만두고 가던 길을 간다.
최시형 묘소에 왔다. 옷깃을 여미고, 살펴보고, 서성이고, 사방을 바라본다. 비석의 옆면과 뒷면 비문은 한글이다.
최시형 묘소 바로 아래에 그 부인의 묘소가 있고, 좀 떨어진 아래에 아들과 손자의 묘가 있다. 모두가 동학 관련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다.
성혈사를 지나면서부터는 포장된 길이다. 주록천이 흐르고, 이야기소, 줄여서 얘기소, 가 있다. 바윗덩이 사이로 물이 흐르다가 고여 소를 이루는 모습이다. 흐르는 물소리가 이야기 소리처럼 들린다고 하는데, 지금은 얼어붙은 채 조용히, 눈 쌓인 산촌 풍경을 거들고 있을 뿐이다.
느릿느릿 걷는다. 물가에 마을이 있고, 민박집이 있고, 물가 식당들이 보인다. 철이 되면 손님들이 모여든다는 얘기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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