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좋은 길[강화나들길11]

2020. 11. 15. 19:48경기







강화도. 서해 바다가 한강 물을 맞이하기 위해서 띄워 놓은 것인가. 강물과 바닷물 사이에 버티고 있는 섬. 인천광역시 강화군. 아득한 옛날부터 바닷물을 막아 농토를 일구고, 외침에 쫓긴 조정을 받아들이고, 외침의 관문이 되곤 했다.

2020년 11월 15일 일요일. 강화나들길 열한째 길, 석모도 바람길을 걷는다. 강화도 서쪽에 가까이 떠 있는 섬.

석포항(나룻부리항)에서 걸음을 뗀다. 왼쪽은 너른 갯벌, 오른쪽은 너른 들판. 갯벌과 들판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물이 빠진 갯벌이 참으로 넓다. 저 너른 들판도 옛날에는 바닷물이 드나들던 갯벌이었다는 얘기지.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이 이룩하는 어마어마한 일들에 놀라는 일이 많지만, 사람의 힘이란 참으로 엄청나다는 생각을 또 한다.

화려한 단풍 시절을 끝내고 조용히 겨울로 들어서는 자연은 조용한 햇볕을 조용히 받아내고 있다. 색 바랜 풀잎, 빛바랜 갈꽃, 차분한 산빛 들 빛. 하늘도 햇빛도 공기도 조용하다. 아, 여기. 샛노란 꽃 한 송이 옆에 동그랗게 부푼 하얀 송이를 삐쭉 내밀고 있는 민들레. 둘은 한 뿌리에서 난 동기간이다.

삼양염전 터를 지난다. 1957년부터 2006년까지 천일염을 만들었다는 곳. 윤철상이라는 사람이 염전과 농장을 개척하였단다. 까옥까옥 겨울 철새 소리를 듣고, 하늘을 나는 기러기 대열을 보고, 어류정항을 지나고, 장대에 물고기를 걸어 말리는 풍경을 보고, 민머루해변을 지나고, 장구너머항구를 지난다. 생선회에 소주 한잔을 생각만 하고 지나친다.

낙가산 보문사.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고목이 먼저 맞는다. 와불전, 오백 나한상, 천연동굴 석실 사원 나한전, 700년 향나무. 마애관세음보살 눈썹바위에선 무슨 공사가 벌어지는 듯, 바라만 보고 만다. 절에서 내려와, 그예 밴댕이회에 소주 한잔 여유를 부린다. 가벼운 걸음이었다. 이름처럼 좋은 길. 강화나들길11(석모도 바람길). / 17.3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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