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계폭포[영동 월이산]

2023. 9. 27. 21:45충청

양폭포가 있고, 음폭포가 있다고 한다. 남자 폭포가 있고, 여자 폭포가 있다는 얘기다. 충청북도 영동군 심천면 달이산(월이산)이산 기슭에 있는 옥계폭포는 음폭포, 여자 폭포라고 한다.

옥계폭포

옛날에, 옥계폭포 물이 떨어지는 웅덩이에 바윗돌이 하나 우뚝 솟아났다. 마을 사람들은, 그 바위가 폭포의 경관을 해친다며 다른 곳으로 치웠고, 마을 남자들이 이러저러한 사고로 죽는 일이 벌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바위를 옮긴 탓이라고 입을 모았고, 바위를 제자리로 옮겨 놓은 후로 마을은 예전처럼 평온해졌다. 음폭포와 양바위,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2023년 9월 27일 수요일. 비가 개는 날씨다. 영동군 심천면 옥계폭포길 126, 고당사 앞 주차장에서 걸음을 뗀다. 1Km가 채 안되는 거리에 20~30m쯤 길게 떨어지는 폭포가 나타난다. 옥계폭포다. 폭포 앞 좁은 마당 가에 문화해설사 초막이 있고, 전설을 곁들여 폭포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고, 정자가 있고, 폭포 앞으로 가는 전망 다리가 있다.

폭포 앞을 어슬렁거린다. 요즘 비가 잦아서인지 수량이 풍부하고, 소리도 기운차다.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 가며 길게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를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물은 바위 절벽에 길게 팬 홈을 타고 힘차게 떨어진다. 긴 홈이 떨어지는 물줄기를 감싸는 건가 품는 건가. 떨어지는 물줄기는 기다란 바위 홈에 갇히는 건가 안기는 건가. 그 모습이 기묘하다.

월이산 마루
저 앞에 심천면 소재지

길가에 떨어진 알밤을 주워 오도독거리면서 산길을 오른다. 여느 산길이다. 비가 개면서 벗어지는 하늘 아래 산과 들과 마을들이 펼쳐진다. 산마루에 오르기 전 전망대에서, 저기가 옥천군 안내면 소재지이다. 산마루를 넘어서 내려오다가, 저기는 영동군 심천면 소재지이다.

자리공

천모산 갈림길에서 잠깐 망설이다가 서재 마을 쪽으로 길을 잡는다. 잠깐만에 나타나는 아까시나무 숲길에서 비이슬에 바지를 흠뻑 적시다. 무성하게 자라난 자리공이 자주 보인다. 까만 열매를 잔뜩 달고 있다. 젖은 바지는 숲을 벗어난 길에서 시나브로 마를 것이다.

정말 손바닥이다 논가에 고욤나무 은행나무
으름
서재 마을 논다랑이

세상에 이런 마을도 있구나. 서재 마을은 산골짝 손바닥 만한 터에 자리를 잡았다. 마을 어귀 개울가엔 벼가 익어가는 논다랑이가 있고, 논둑에 고욤나무가 있고, 좁다란 밭에 가득한 들깻잎에는 누런 물이 막 스민다. 길가 밤나무 밑에서 또 알밤을 주워 이빨로 껍질을 벗긴다. 입을 딱 벌린 으름도 따서 입에 문다. 호두나무가 많은 걸 보면서, 영동이 호두 곳이던가, 더듬어 본다.

다시, 옥계폭포 앞을 지난다. 김밥으로 요기한 뱃속이 좀 허한 듯하다. 그래, 안내면 소재지로 가자. 어떤 걸 먹을까.

고당사 앞 주차장-옥계저수지-옥계폭포-월이산(551)-천모산 갈림길-서재 마을-일지명상센터-옥계폭포-고당사 앞. 9.6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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