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천안 광덕산]

2023. 6. 13. 22:23충청

광덕사 호두나무: 1290년에 류청신이라는 사람이 원나라에서 들여와 심었다. 류청신이 원나라에서 충렬왕을 모시고 올 때,  호두나무 묘목과 열매를 가지고 온 것이다. 묘목은 광덕사에 심고, 열매는 고향집 뜰에 심었다. 그랬다고 한다. 그렇다면, 광덕사 호두나무는 2023년, 올해 나이가 733살이 넘었다는 얘기가 된다. 높이 20m쯤, 사람 가슴 높이 둘레 3.7m. 천연기념물 제398호(1998년)

광덕사 호두나무

2023년 6월 13일 화요일. 광덕산에 오르다.

광덕산(699.3)은 아산시와 천안시에 걸쳐 있으며, 천안-아산 지역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고 한다. 꽤 오래전에 아산시 외암마을 쪽에서 오른 적이 있거니와 오늘은 천안 쪽에서 오른다. 그땐 바다를 이루어 출렁이는 노랑매미꽃(피나물) 노란 물결에 놀랐었고, 오늘은 광덕사 은행나무 앞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천안시 광덕면 광덕산 제1주차장에서부터 걸었다. 방향을 가늠하여 자동차도로를 따라 어슬렁거리다 보니, 광덕사 골짜기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얼마 안 가 또 하나의 주차장이 나온다. 제2주차장이다. 사하촌인 셈이고,  광덕사 코앞인 셈이다.

광덕사 일주문 태화산광덕사라고 했다

일주문을 지난다. 태화산광덕사. 아니, 광덕산광덕사가 아니고? 그럼, 광덕산이 크게는 태화산의 일부라는 말인가. 그래, 조금 전 갈림길에 '마곡사..'라고 한 이정표가 있었지. 대충 헤아려 보니, 여기서 태화산마곡사까지 15Km쯤.

영주 부석사가 생각난다. '태백산부석사'라고 한 영주 부석사 일주문. 거기에선, 어느 문인지, '봉황산 부석사'라고 한 편액도 봤었지. 태백산에 속하는 봉황산 기슭에 영주 부석사가 있다는 얘기다.

절 구경은 내려오면서 하자.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잡는다. 날씨가 뜨거울수록 시원한 산속 숲길. 푸른 그늘에 푸른 바람. 이 맛을 어떤 말로 전할까. 아니다. 되지도 않을 말을 찾으려고 고생할 일이 아니다. 그냥 즐길 일이다. 좋다.

광덕산 푯돌과 상생협력탑

산마루 푯돌에는 아산시와 천안시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다. 그래, 저게 좋은 것 같다. 옆에 있는 상생협력탑도 두 시에서 함께 세운 것이다. 구태여 따로 세워야 할까. 행정구역 경계에 솟은 봉우리에 둘씩 세워져 있는 정상 표지석을 볼 때마다 그러려니 했었건만, 오늘 저걸 보니, 참 좋아 보인다.

그건 그렇고, 사방 펼쳐지는 풍경이 시원하고, 좋다. 하늘도 맑고, 햇빛도 맑고, 산도 숲도 맑고, 맑다.

장군바위
박씨샘

장군바위 앞에서 앉았다 간다. 어떤 허약한 사나이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바위에서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 마시고 나서 힘센 장군으로 거듭났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

박씨샘을 지난다. 박 아무개가 화전민으로 살면서 먹던 우물인가, 아니면 박 아무개가 찾아낸 우물? 제멋대로, 별 신통찮은 생각도 하면서 걷는다.

앉아 쉴 때마다, 산을 벗어나는 길이 가까위질수록 아쉬운 마음이 일지만, 내려가야 하는 길. 휘적휘적 걷는다.

광덕사호두나무
광덕사호두나무
극락전 앞 호두나무
해우소 앞 호두나무
대웅전 옆 뒤편 숲 느티나무 보호수

광덕사 절집들을 기웃기웃, 마당을 어슬렁어슬렁, 호두나무 앞에서 서성이다. 나라 안에서 가장 오래된 호두나무라고 한다. '광덕사 호두나무' 말고도, 호두나무 고목들이 보인다. 극락전 앞에, 해우소 앞에 등. 대웅전 옆으로 뒤편 숲에는 수령 500년을 훨씬 넘어선 느티나무가 있다.(1996년에 보호수 지정/수령 525년)

호두나무 시배지가 된 광덕면엔 예로부터 호두나무가 많았고, 오늘도 오면서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을 본다. 밭에도, 길가에도, 냇가에도, 주차장 주변에도, 산기슭에도, 온통 호두나무다. 싱그럽게 살랑거리는 푸른 잎과 잎사귀 사이사이에 동글동글 열린 탐스러운 열매들.

광덕사 호두나무를 생각하면서 광덕산을 찾았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어느 철학자가 젊은 시절 잠깐 수련했었다는 광덕사 어느 절집, 그때 겪었다고 하는, 전설과도 같은 체험담을  생각하면서 산길을 걷고, 절을 둘러보았다.

산길이 오랜만인 기분으로 걸었다. 땀을 흘렸고, 무겁던 머리가 가벼위진 듯하다. 특히, 여름철에 산길을 걷는 맛, 숲길을 걷는 맛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하자. 꼭 해야만 한다면, 단 한 마디밖에. 좋다.

광덕산 제1주차장-갈림길-제2 주차장-광덕사 일주문-광덕산 마루-장군바위-박씨샘-지장암-광덕사(은행나무)-제2주차장-제1주차장. 11.07Km.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 그 호두의 고장에서 '본 고장'임을 내세우는 호두과자 한 봉지를 집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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