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6. 16:18ㆍ경상
우리집에는 보물이란 게 없노라.
굳이 말하자면 청렴과 결백이 보물이네
조선 선비 김계행의 말이다.
吾家無寶物 寶物惟淸白
벼슬을 그만두고 향리에 내려와 집을 짓고
보백당이라고 했다. 寶白堂
청렴과 결백이 보물인 집.
길안천 건너편 골짜기에 정자를 지어 놓고
만휴정이라고 했다. 晩休亭
늘그막에 쉬엄쉬엄 머무는 정자.
만휴정 아래 골짜기 너럭바위에
새겨 놓은 글씨가 단정하다.
寶白堂晩休亭泉石
보백당이 말년에 쉬는 정자와 산천경개.
2024년 8월 26일 월요일.
이 지독한 더위도 꺾일 때가 있겠지. 새벽녘 공기가 선선하다 싶더니 이내 푹푹 찌기 시작한다. 경상북도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 길을 걷는다.
먼저, 묵계서원을 둘러본다. 보백당 종택 이웃에 있으며, 보백당 김계행과 응계 옥고의 덕행과 청렴을 기리고 있다. 점점이 붉은 꽃을 피운 배롱나무와 긴 가지를 척척 늘어뜨리고 있는 늙은 소나무들과 오래된 기와지붕들. 여염집과 농작물 사이로 구불거리는 오솔길.
묵계서원에서 만휴정 가는 길은 길안천을 건너선 곳에서 골짜기를 파고 들어간다. 골짜기는 좁고 깊다. 폭포 밑 웅덩이엔 퍼렇게 물이 고였지만, 물길 너럭바위와 폭포 바위벽은 말라 있다. 비 소식이 잦다고는 하나 뜨거운 날씨에 가문 것이다.
작고 좁고 깊은 골짜기에 지금은 말라붙었지만 볼 만한 폭포가 있고, 퍼런 웅덩이와 너럭바위가 있고, 더위 속에서 여물어가는 숲과 하늘이 있는 곳, 거기에 그림처럼 작은 집이 붙어 있다. 만휴정이고 만휴정 원림이다.
묵계서원에서 만휴정, 오가는 길가 호두나무에서 여물어가는 열매를 본다. 때가 됐는데도 꺾일 줄 모르고 기세를 부리는 더위 속에서 가을이 오는 것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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