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7. 10:04ㆍ마라톤
참나무 장작. 단단하고, 야무지고, 보기에도 예쁘다. 곧게 자라 죽죽 뻗는 참나무. 어린 싹으로 틔어, 가녀린 줄기로 자라, 미끈한 기둥을 갖추고, 푸른 하늘에 잎줄기를 나부낀다. 장작으로 쪼개질 땐 결이 곧아 칭찬을 받는다. 아궁이에 들어가서도 기세 좋은 불꽃으로 사람의 얼굴을 달군다. 불꽃 잔치가 끝나면 이글이글한 불잉걸로 칭송을 받고, 고운 가루로 남는 재는 한해 농사에서 요긴하게 쓰인다.
요즘은 장작불이 흔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길쭉한 참나무 이파리들이 연출하는 가을 분위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은근히 잡아끈다. 삶의 터전이 도회지로 집중되면서, 어떤 나무가 참나무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굳이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도 않지만, 참나무는 오늘도 저렇게 가을날을 보내고 있다.
요즘, 문화방송 월화드라마에 주몽이 나온다.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는 이야기. 주몽 이야기뿐만 아니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 땅에서 살다 간 숱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상념이, 저 산에 우거진 나무들 풍경에 겹쳐 피어난다. 나무로,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이 세상. 나무는 저렇게 숲을 이루어 가을빛을 담아내고, 나그네는 이렇게 길을 간다.
2006년 11월 12일. 지난해에 이어 안성맞춤마라톤대회, 안성 들판 한 귀퉁이를 뛰었다. 다섯 도반이 어울려서. 주체 측에서 벌여놓은, 푸짐한 먹을거리로 배와 가슴을 채우고, 엽돈재 아래 청룡사를 찾아가다가 엉뚱하게 옥정재를 넘었다. 진천군 이월면에서부터 진천군과 음성군 지역 여러 시골길을 재미있게 빠져나왔다. 길 가 은행나무 노란 잎은 익을 대로 익어 조그만 바람에도 우수수 날리고, 늦가을 산엔 참나무가 주를 이루어 누렇기도 하고, 불그죽죽하기도 한 빛깔을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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