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와 장맛비와 곰치국과[경포바다마라톤]

2008. 2. 27. 10:33마라톤

2007년 7월 첫날 강릉 바닷가. 질금질금 장맛비가 내린다. 잔잔한 경포호수엔 작은 동그라미들이 수도 없이 그려지고, 바다는 거친 몸짓으로 으르렁거리면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받아 흔적도 없이 녹인다. 제6회 경포바다마라톤대회, 경포대해수욕장에서 주문진까지 갔다 온다. 쏴 밀려와서 철써덕거리는 파도소리가 사납고, 빠르게 저벅거리는 발자국 소리도 작지만 기운차다. 가늘게 내리는 빗소리 또한 야무지게 이어진다.


때론 얌전하게, 때론 사납게 밀려오고 몰아치는 파도는 그침이 없고 쉼이 없다. 검었다 푸르렀다 하는 산 빛도 어김이 없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하는 기후도 그렇고, 땅을 파고 고기를 잡고 울고 웃고 하는 사람살이도 그렇다. 그런 바다, 그런 산천, 그런 기후에 그렇게 어울린다. 망망한 바다에 가슴이 탁 트이고, 온몸을 때리는 장맛비에 온갖 티끌이 씻겨 나간다.


주체 측에서, 강릉 지방 간판 음식인, 바닷물로 만든다는 두부를 김치, 막걸리와 함께 내 놓았다. 고소한 두부 맛이 입 안에 길게 남는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엔 술맛이 제 맛이다.


대회가 끝나고 다시 주문진. 어항을 낀 장터엔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생선회가 쉴 새 없이 날라지고, 매운탕이 연달아 끓는다. 싱싱한 꽁치 40 마리가 만 원이고, 고등어 네 손이 만 원이다. 오징어, 광어, 방어, 가자미, 곰치, 숭어, 대게, 생태, 대구, 도미, ‥‥‥. 싱싱하고 값이 싸다. 한쪽에선 양미리, 새우, 통오징어 등을 구워 놓고 소주잔을 기울인다. 죽 늘어선 건어물 가게에도 사람들이 들락날락, 흥정을 하고, 봉지에 넣고, 값을 치른다. 궂은비 내리는 항구 어시장이 온통 북새통이다.


‘그래, 곰치국이다.’

그냥 갈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곰치해장국으로 다시 한 번 점을 찍는다. 약간은 물컹물컹, 어느 정도 미끌미끌한 곰치 맛. 연한 뼈를 발라내고, 밥을 말고, 후룩후룩 떠 넣는다. 그러고 나서 또 다시 어슬렁어슬렁. 도대체 장터를 떠나기가 싫다. 그러나 어쩌랴.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돌려 진고개를 넘는데, 역시나 진한 안개가 아주 진하게 끼어 있다. 조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 조심.

(2007.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