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문경마라톤]
2008. 2. 27. 10:41ㆍ마라톤
빗속을 뚫고 와서, 장대비를 맞으며 달린다. 문경 오미자축제와 함께 하는 마라톤대회. 머리를 때리고, 몸통을 때리고, 온몸을 속속들이 때리는 비를 마음으로 받는다. 비에 흠뻑 젖은 몸과 마음이 빗물을 타고 흐른다. 곳곳에서 비 피해를 입고 망연자실하는 사람들, 삶의 터전을 무섭게 짓밟고도 계속 내리고 있는 비. 몸도 흠뻑, 마음도 흠뻑 적신다. 개울엔 벌건 흙탕물이 매섭게 넘실거린다. 때론 내리지 않아서, 때론 너무 내려서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 비. 햇빛은 악한 사람에게도 착한 사람에게도 비치고, 부자에게도 가난한 사람에게도 비친다고 했던가? 비는 말라비틀어져 죽어가는 생명체를 살리기도 하고,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쑥밭으로 만들기도 한다. 어떤 땐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을 끝내 외면하여 죽게 만들기도 하는 비가 지금은 여기저기서 논밭과 건물과 생명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런 비를 맞으며 달린다. 송구스럽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계속 달린다. 이젠 비와 몸과 마음이 아예 한 덩어리가 된다. 하늘 아래, 땅 위에서 그 한 덩어리가 너울거린다.
(200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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