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춤을 추던 곳에서 신선놀음을[제5회장수산악마라톤대회]

2008. 2. 27. 10:33마라톤

2007년 7월 8일, 제5회장수산악마라톤대회. 장수사과시험포에서 시작하여 신무산을 무대로 뜀을 뛰다.


옛날에 신(神)들이 모여서 춤을 추었다는 신무산(神舞山)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에 있다. 산 중턱 좀 위에 있는 뜬봉샘은 금강의 발원지라고 하는데, 그 또한 유래가 있다. 명산을 찾아 발원하던 조선 태조 이성계가 신무산에서 백일기도를 마치던 날, 저만치에서 오색무지개를 타고 봉황이 날아가더란다. “새 나라를 열라.”는 소리에 아득해진 정신을 가다듬고, 봉황이 날아간 자리를 살피니 옹달샘이 풀숲에 덮여 있더라는 것이다. ‘봉황이 뜬 샘’ 곧 뜬봉샘[飛鳳泉]이다. 신들이 모여 놀던 신령스런 산에 봉황도 날갯짓을 했더란 말인가?


신들의 춤사위는 어땠을까? 오늘, 산을 굽이쳐 올라가는 길에서 사람들이 뛰는 모습과 같지 않았을까? 신들은 산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껑충껑충 뛰면서 춤을 추었을 것 같다. 그럼 오늘 하루 신무산에 초대된 신이 되었던 것인가?


장마 틈바구니에서 해님이 나와 시위를 벌이니 몹시 덥다. 게다가 뜀박질이니, ‥‥‥. 허나 신들이 춤을 추는 길엔 나뭇잎들이 푸른 그늘을 만들어 놓고, 시원한 기운을 서려 놓은 터라 딱 신선놀음이다.


가파른 산길을 뛰어 올라가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계명산 자락과 두릉산 능선을 몇 번 뛰면서 연습을 하긴 했지만, 길이가 만만치 않으니 고전일 수밖에 없다. 다리가 뻐근하고, 얼굴과 팔뚝, 목덜미가 벌겋게 익었다.


그래도 신선놀음이다. 신들이 춤을 추던 곳으로 초대 받았으니, 오늘 하루는 신(神)이요, 신선인 것이고, 힘이 좀 들었다 해도 신선놀음에 필요한 만큼의 힘이 든 것이니까 신선놀음인 것이다. 집안 일, 직장 일, 세상 일, 모든 세속적인 일들로 가득 찬 머리와 가슴은 산의 정기를 받아 평화로워졌고, 여유로워졌다. 눈에 와 닿는 것마다, 코로 들어와 폐에까지 와 닿는 것마다, 땀으로 범벅된 피부에 와 스치는 것마다 모두가 몸과 마음을 신선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한도 끝도 없이 ‥‥‥. 그러니 신선놀음이다.

(2007.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