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망산을 넘고 보련산을 넘고 쇠바위봉을 넘었다

2008. 2. 27. 10:15충청

2월 25일 일요일.

대동강 얼음이 풀린다는 우수가 지난 지 한 주일 됐다지만

농익은 봄이 볕 아래, 바람 속에 푹푹 묻어난다.


나흘 전, 이천시 신둔에서 의정부시 장암역까지 걸어갔다 오던 날, 취중에,

“2월이 가기 전에 국망산에 한번 갑시다.”

“25일이 어떤가요?”

“좋습니다.”

그리하여 나왔다.


이문고개에서 둔터고개로,

둔터고개에서 국망산을 넘고, 보련산을 넘고, 쇠바위봉을 넘었다.

09:50에 버스에서 내린 두 발을 15:40에 버스에 싣는다.

최, 임, 신, 이.


가파른 비탈과 칼날 능선이 번갈아 이어진다.

왼쪽은 앙성면, 오른쪽은 노은면이다.

멀리까지 펼쳐지는 벌판이 가물가물하다.

논밭이 있고, 건물이 있고, 동산이 있고, 호수가 있고, 죽죽 뻗은 도로에 자동차가 끊임없이 오간다.

남한강은 물빛을 반짝이며 소태면과 앙성면을 가르고 있다.


국망산에서 서울 쪽을 바라보며 120여 년 전 명성황후를 이야기한다.

임오군란 때 이 산 아래로 피신하여 머물렀단다.

때때로 여기에 올라 한양 쪽을 바라보면서 궁금증을 달랬단다.

그래서 산 이름이 ‘국망산(國望山)’으로 바뀌었단다.

그때까지는 ‘금방산(禽傍山)’이었다고.


보련산 정상에는 장미와 보련이 이야기가 돌에 새겨져 있다.

한 집안에 장수가 둘이면 하나는 희생되어야 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성을 쌓는 내기를 한다.

누이인 보련이가 쌓는 성이 높아진다.

보련이가 떡을 먹는 사이 장미가 성을 완성한다.

어머니의 뜻을 알아차린 보련이가 집을 떠난다.

장미산성은 저 동쪽 가금면에 있다.


정기인사 철을 맞아 자리를 옮기는 선생님들, 송별회, 봄방학.

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사람들, 성묘 길, 세배 길.

친지들의 애사, 경사.

‥‥‥.

사랑하고, 미워하고, 돕고, 다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일상사,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


세상 모든 것들의 참모습에 ‘치열함’이 있다.

세상 모든 일, 미워하고 다투고 하는 일까지도 그 치열함에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것이나

그 치열함은 때때로 머리를 아프게도 한다.


걷는다는 것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잠깐 비켜서는 것,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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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고개(09:50/시내버스에서 내림) ― 둔터고개(10:40) ― 국망산(11:30) ― 하남재(12:25) ― 보련산(13:50/점심) ― 쇠바위봉 ― 낭골 등산로 입구(15:15) ― 능암온천지구(13:40/시내버스에 오름)

(2007.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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