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묘봉에서]

2008. 2. 27. 10:28충청

온몸을, 온 얼굴을 범벅으로 만들어 놓고 코끝으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주는 맛! 비탈길, 능선 길을 오르면서 헉헉거리다가 잠깐 쉴 때, 선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그저 “좋다!” “좋다~!” 하면서 몸으로 느끼는 맛!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한 입 가득 담아 목으로 꿀꺽 넘기는 물 맛! 때로는 캔 맥주도 좋다.


상상만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 없는 맛들을 오늘, 속리산 묘봉 길을 걸으면서 만끽한다. 여름철 산에서 얻을 수 있는 별미 중의 별미로다. 아, 감히 말한다. 여름철 세 가지 별미라고. 바람 맛, 물 맛, 땀 맛! ‘은밀한 계곡이라도 만나 훌훌 벗고 맑디맑은 물에 풍덩 뛰어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렷다.’


문장대에서 관음봉, 묘봉, 상학봉을 거쳐 할목고개로 이어지는 속리산 서북릉이 꿈틀대며 눈에 들어온다. 기암괴석이 푸른 숲과 어우러지고, 양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망망하다. 문장대 너머 문수봉, 입석대, 천황봉도 보이고 그 너머도 아스라이 보인다. “충북알프스”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들의 기분을 충분히 알 것 같다. 멋있다!


형제봉에서 천황봉―비로봉―입석대―신선대―문수봉을 지나고 문장대에 올라서 관음봉과 묘봉을 바라보다가 밤티로 내려왔었던 적이 있다. 신정리에서 장대비를 맞으면서 발길을 돌렸던 때가 생각난다. 상세번이라고 했던가? 아니, 그 후에 할목고개에서 묘봉―관음봉―문장대를 거쳐 법주사로 내려온 적이 있었던가? 오늘 이렇게 묘봉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에 젖는다. 참으로 묘한 봉우리에 묘하게 왔도다.


고인이 된 고상돈 산악인이 한국인 최초로 에베르스트 산에 오른 지 30 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충북산악회에서 주최한 기념등반대회에 함께 했다. 신정리―애기업은바위―묘봉―주전봉―상학봉―신정리.


애기업은바위 못미처 맞춤한 바위에 서넛이 앉아 뭔가를 서로 따른다. 속을 보이며 접근한다.


“그게 뭔가요?”

“한 잔 하시겠습니까?”

“야~! 맑다.”

“사람들이 맑아서요.”

“하, 하, 하.”


맑은 산 빛, 맑은 햇빛, 맑은 바람에 맑은 술이라. 거기에 사람까지 맑다? 이 바로 신선주가 아니고 무엇이랴. 캬~!

(200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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