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좀 쐬는 기분으로[삼탄-하일]

2008. 2. 27. 12:13충주O

3월 11일 놀토. 아홉 시 삼십팔 분, 연수동 소방서 앞에서 시내버스를 탔다. 삼탄 시내버스 종점(‘금잠에서 삼탄까지’ 도착점)에서 열 시 이십 분에 시작하여 엄정면 하일까지 걸었다. ‘삼탄-느릅재-송강리(산척면소재지)-족동(엄정면)-행정마을-탑평-하일’. 오후 두 시 오십 분인가, 하일에서 시내버를 타고 돌아왔다.


먼 산도 보고, 가까운 물도 보고, 황사 뿌연 하늘도 바라보면서 두 시간 채 못 되게 걸어 산척에서 점심을 먹고, 엄정면으로 들어섰다. 자동차가 가끔 다니는 아스팔트길도 걸었고, 논두렁도 밟았다. 가랑잎 뒹구는 작은 고갯길도 넘었고, 갈대꽃이 허연 둑방길에서 사진도 찍었다. 감나무를 끼고 있는 재래식 변소 문 앞을 지나는, 조용한 시골 마을길도 걸었다. 유선생님과 함께.


지난 달 20일 강릉 경포대에서 호수를 바라보다가, 호수 둘레 십리 남짓한 길을 걷고, 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생각했었다. ‘금잠에서 삼탄까지’를 이어 충주를 한 바퀴 돌아 걷는 길을. ‘2006열린도보사랑’으로 열어볼 만하다면서 대충 그려봤던 길이다.


1구간 : 금잠(동량면 하천리)-부산리(청풍면)-삼탄(산척면 명서리)

2구간 : 삼탄-느릅재-송강리(산척면소재지)-족동(엄정면)-행정마을-하일

3구간 : 하일-오양골(소태면 구룡리)-양짓말-구룡고개-은대-주치리 하남-본목-덕은리

4구간 : 앙성면 영죽-용포-이문고개-지당리-둔터고개-노은면 가신리-연하리(노은면소재지)

5구간 : 연하리-신니면 용원-주덕-이류면 대소원-성마루-벌미-매산-수주-팔봉

6구간 : 팔봉-문강-수회-수안보-공이동

7구간 : 공이동-살미-재오개-남벌-마즈막재

8구간 : 마즈막재-선착장-서운리

9구간 : 서운리-미라실-음양지-코타-하천-금잠


그냥, 잠깐씩, 바람 좀 쐬는 기분으로 걸어볼 만한 길이다. 산도 물도 있고, 바람도 있고, 사람도 인심도 있는 길이다. 옛 그림자도 있고, 오늘의 풍경도 있고, 훗날의 기운도 만나 볼 수 있는 길이다.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걸어도 좋고, 여럿이 걸어도 괜찮은 길이다. 충주 가장자리를 대~충 한 바퀴 도는 길이다. ‘금잠에서 삼탄까지’와 같이 어울릴 수도 있겠다.

(200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