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가 쫘~악[금잠-삼탄]

2008. 2. 27. 12:12충주O

2005년 11월 26일. 토요일 날씨 맑음.

‘제1회 열린 도보여행’, 한 마디로 멋진 하루였다. 지난 봄 ‘도보사랑’ 홈페이지가 개설 된 후 처음으로 ‘열린 행사’를 기획하여 함께 걸었다. 차, 박, 이, 최, 임, 이, 김, 유, 이.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 금잠-백석-지동리-사방-만지리 입구-장전고개-제천시 청풍면 오산리 윗오미-방흥리-단돈리-부산리 면산 입구-장선리 뽕나무거리-어리실-가산절-잿고개-충주시 산척면 명서리 방대-명돌-삼탄. 대략 25Km 안팎. 09:00 ― 16:50


지구촌 이곳저곳을 두 발로 걷는 구도자(求道者)들,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순례자들을 생각하면서 첫걸음을 뗀다. 이렇게 저렇게 떠들고 웃으면서, 세속에서 비속으로 궤도를 바꾼다. 안개 속에서 하늘이 말한다.


― 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 너희들의 속마음을 내가 안다. 그런 너희에게 보내는 나의 답이 이 안개다.


충주시 동량면과 제천시 청풍면의 경계가 되는 장전고개를 넘어 얼마 안 가니 길은 물가로 이어진다. 투명한, 초겨울 물을 가득 담고 펼쳐지는 충주호! 넋 놓고 토해내는 감탄사에 물은 산 그림자를 비추어 화답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흙길과 초겨울 숲, 흐릿한 하늘, 기분 좋게 차가운 기온이 어우러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홉 명 일행이 이리 저리 짝을 이루어 세상 이야기도 하고, 눈에 잡히지 않는 얘기들도 한다. 하하 웃기도 하고 침묵도 한다. 비속(非俗)에서 세속(世俗)을 얘기하는 꼴이 속(俗)되기도 하면서, 속(俗)을 씻는 듯도 하다. 길가 산소자리에 잔디가 누렇다. 배꼽시계가 점심시간을 알린다.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모아 불을 피우고 유 선생님이 준비한 찌개냄비를 끓인다. 환상적이다. 꼭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다.


“갑시다.” 

먹으며, 떠들며, 웃으며, 자지러지다가 짐을 꾸려 또 걷는다. 빨간색 오토바이가 우편물을 싣고 인적 드문 흙길을 달린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 마디씩 주고받는다. 아, 저기 시내버스도 오네.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리는 모습이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면산 입구 마을길에서 젊은 노인 한분을 만난다.


“충주댐 수몰 후, 방흥리, 오산리, 부산리 합하여 28가구 정도 남았는데  합하여 그냥 ‘부산리’라고 하지요.”


곳곳에 겨울 홍시를 달고 있는 감나무가 인상적이다. 잿고개를 넘어 좀 내려오니 포장도로가 나오고, 이어서 오늘의 목적지 삼탄이다. 웃음소리에 비명이 섞여 들리지만 모두들 흡족해 하는 표정이다. 충주에서 동서 양쪽 바다를 걸어갔던 사람들도 같이 했지만, 거의가 초보자인 셈이다. 우리 도보사랑도 초보이다. 그러나 당당한 초보이다. 당당하게 걸어가는 도보사랑. 함께 하신 모든 선생님들, 사랑합니다!

(2005.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