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잠에서 금잠까지[충주 둘레 한 바퀴]

2008. 2. 27. 12:11충주O

 2005년 11월 26일 토요일. 아홉이 무리를 이루어 동량면 하천리 금잠에서 출발하여 장전고개를 넘었다. 청풍면 부산리를 지나고, 잿고개를 넘어 산척면 명서리 삼탄까지 걸었다. 굽이굽이 물을 안고 도는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안개 속에서 첫발을 뗄 땐 세속을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호수 가득한 물 빛, 초겨울 산 빛, 구불거리고 갈라지고 하는 아득한 흙길. 한 바탕의 꿈결인 양 그 여운은 길었다.


2006년 2월 20일, 강릉에서 임영고개를 넘어 바닷가로 가다가 경포대에 올랐다. 봄볕 퍼지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호수 둘레 길을 따라 도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하였다. ‘금잠에서 삼탄까지의 길을 이어 충주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2006년 3월 11일 뿌옇게 황사가 끼인 날. 생각을 발로 옮겨 삼탄에서 산척을 거쳐 엄정면 탑평리까지 일단 걸었다. 그 후, 가볍게, 바람 좀 쐬는 기분으로, 조금씩 걸었다. 그렇게 한 바퀴 돌아 12월 3일, 다시 금잠에 왔다.


제1일   금잠-부산리-삼탄                      [2005.11.26/9명/8시간]

제2일   삼탄-산척-하일                        [2006.03.11/2명/5시간]

제3일   하일-하남-덕은리                      [2006.03.19/2명/3시간 반]

제4일   영죽리(덕은리)-앙성-노은              [2006.05.17/1명/4시간]

제5일   노은-신니-주덕-대소원                [2006.10.03/1명/4시간]

제6일   대소원-금곡-탄용-매현-팔봉-수안보    [2006.10.22/1명/5시간]

제7일   수안보-공이동-내사리                  [2006.10.28/1명/7시간]

제8일   내사리-하재오개-남벌-마즈막재-충원교 [2006.11.05/1명//5시간 반]

제9일   충원교-서운리-미라실-음양지          [2006.11.19/3명/7시간]

제10일  음양지-하곡-금잠                     [2006.12.03/4명/2시간]


금잠-삼탄 길엔 제천시 청풍면 지역을 지나쳤고, 대소원―수안보 길에선 괴산군 불정면 지역을 한 시간 동안 걸었다. 탑평―덕은리 길엔 원주시와의 경계선을, 대소원―수안보 길엔 괴산군과의 경계선을 잠깐씩 걸었다. 삼탄―탑평 길에서 산척면소재지를 경유했는데, 삼탄에서 느릅재를 넘어 광동―상산을 거쳐 엄정면으로 가는 길이 더 바깥 길이다. 탑평에서 하남으로 갈 때, 옛 나뭇길을 찾지 못하고 산길을 헤매면서, 탑평―원곡―외촌고개― 외촌―은포―하남으로 이어지는 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덕은리와 영죽리 사이에는 남한강이 흐른다. 옛날엔 나룻배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없다. 영죽에서 앙성으로 갈 때 영죽고개를 넘었는데, 영죽에서 단암을 거쳐 이문고개로 이어지는 길이 더 바깥 길이다. 수안보에서 공이동으로 가려면 직마리재를 넘어 고운리 마을로 갔다가 갑둥이재를 넘어야 되는 것을 꼬부랑재를 넘어 제천시 한수면 골미골로 빠졌다. 준비가 소홀했고, 판단이 경솔했던 것이다. 남벌에선, ‘고깃배라도 얻어 탈 수 있다면 포탄리까지는 잠깐일 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공이동 골짜기를 빠져나와 내사―하재오개―남벌―충원교―서운리―미라실―코타―하곡―금잠―부산리로 이어지는 길엔 줄곧 충주호가 함께 한다.


길은 마을로 통한다. 길은 마을에서 나온다. 들판에도 두메에도 마을이 있다. 강가에도 산꼭대기에도 집이 있고 길이 있다. 길 위에 사람이 있고, 햇빛이 있고, 바람이 있고, 산과 물이 있다. 길 위에 세상이 있더라. 눈으로 글을 읽듯이 발로 세상을 읽는다. 자욱한 안개 속에 첫걸음을 떼던 그 자리, 금잠 느티나무 아래에 다시 와서 소주 한잔 털어 넘긴다.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