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土遍歷[한하운]
2008. 3. 6. 12:18ㆍ저런
이 강산 가을 길에
물마시고 가 보시라
수정에 서린 이슬 마시는 산뜻한 상쾌이라.
이 강산
도라지꽃 빛 가을 하늘 아래
전원은 풍양과 결실로 익고
빨래는 기어이 백설처럼 바래지고
고추는 태양을 날마다 닮아간다.
산은 산대로
들은 들대로
빛도 고운 색채 과잉의 축연
그 사이로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은
하늘과 구름과 가즈런히 멀기도 한데
마을 느티나무 아래
옛날이나 오늘이나 흙과 막걸리에
팔자를 묻은 사람들이
세월의 다사로움을
물방아 돌아가듯이
운명을 세월에 띄워 보낸다.
전설이 시름없이 전해지는
저 느티나무 아래서
나는 살아 왔었다.
저 느티나무 아래서 나를 기르신
선조들이 돌아가셨다.
저 느티나무 아래서 저 사람들과
적자생존의 이치를 배웠다.
이제 나보고 병들었다고
저 느티나무 아래서 성한 사람들이
나를 쫓아내었다.
그날부터 느티나무는 내 마음속에서
앙상히 울고 있었다.
다 아랑곳없이 다 잊은 듯이
그 적자생존의 인간의 하나하나가
애환이 기쁨에 새로워지며
산천초목은 흐흐 느끼는 절통(切痛)으로
찬란하고 또 찬란하다.
아 가을 길 하늘 끝간 데
가고 싶어라 살고 싶어라.
황톳길 눈물을 뿌리치며
천리만리 걸식 길이라도
국토 편력 길은 슬기로운 천도(天道)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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