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1. 19:32ㆍ마라톤
준비운동을 하면서 고개를 들어보니 푸른 하늘에 반달이 떠 있다.
맑은 하늘, 밝은 햇빛에 눌려 흐릿하지만 넉넉한 모습.
이레 전에는, 둥그런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고향 길을 밝혀 주었던 달.
반으로 줄어든 채 느지막하게 떠올라 느긋하게 떠 있다.
태기산에서 발원한다는 섬강 가를 달린다.
늦더위가 엄청나긴 하지만, 높고 푸른 하늘 아래 산과 들엔 시나브로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
산골짜기 강은 아주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다가 어느 지점에선 보에 막혀 깊이 고이기도 한다.
자부심이 있어 ‘청정마라톤’이라고 했겠지만, 산 빛과 물빛, 햇빛과 공기가 정말로 맑고 깨끗하다.
맑고 깨끗한 곳을 달리면서 잠깐 동안 일상을 생각한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열심히, 때때로 아옹다옹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살이.
이명박정부가 갈등을 부추기고, 상식을 거스르고, 정당한 주장을 억누른다고 말하는 사람들.
정부 행태에 분노하고, 고민하는 상람들, 사사로운 권익을 추구하며 그게 질서의 기본이라고 하는 정부.
깨끗한 산천, 맑은 공기 속을 달리면서 이런저런 사연으로 복잡했던 머릿속을 씻어낸다.
흐르는 땀을 씻으면서, 산 빛, 물빛과 어울려, 산 빛과 물빛이 되어 달린다.
달리고 난 다음에는 역시 먹을거리.
시원한 막걸리를 두어 컵 마신 다음 두리번거리니, 어느 소주회사에서 시음 행사를 하고 있다.
빠질 수 없는 것, 안주까지 곁들여 한 잔 마시고, 기념품까지 받아 들고 다시 어슬렁거린다.
꼬치감자, 안흥찐빵, 그리고 두부김치와 잔치국수, 그리고 막걸리 한 잔 더.
부른 배를 두드리며 푸짐한 잔치마당을 이리저리 거닐어본다.
2008년 9월 21일 일요일. 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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