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에 굽이굽이[제5회거창사과마라톤대회]

2008. 11. 2. 23:33마라톤

 

향적봉에서 삿갓봉을 지나 남덕유산까지, 덕유산 능선이 멀리, 높게 뻗어 있고, 그 아래 골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 월성계곡 맑은 시내를 이루고 있는 곳. 첩첩산중에 굽이굽이 이어지는 평평한 길을 따라 달린다. 2008년 11월 2일 제5회 거창사과마라톤대회. 수승대에서 출발하여 월성계곡 삼동 삼거리까지 갔다 온다.


거창군 안에 흐르는 물은 모두가 거창군에서 나는 물이란다. 군 전체가 높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다른 군이나 시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이 없다는 얘기다. 밖에서 오염된 물이 들어오지 않으니, 안에서 더럽히지만 않으면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개회식 환영사에서도 ‘청정 거창’을 강조하며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청양에서도, 횡성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자연보호에 힘을 쓰고, 깨끗함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시면서 달린다. 여기저기 솟아있는 봉우리들, 이리저리 이어지는 산줄기들은 높고 험한 게 한 멋 한다. 그 험한 골짜기에 이리저리 굽이도는 시내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길은 신기할 정도로 평평한 게 경사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절정을 막 넘어서는 단풍은 울긋불긋, 사방에서 불타오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들은 공중에 나부끼며, 길바닥에 나뒹굴며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김천에서 거창으로 이어지는 3번국도엔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랗게 물들어 있다. 재작년에 이 길을 걸었었다. 잠깐씩 쉬었던 곳, 지름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곳, 산과 마을과 숲과 꽃과 물에 넋을 잃었던 곳 등등 감회가 새롭다. 충주에서 거창, 며칠씩 걸으면서, 다리도 아팠고, 요기할 만한 곳까지 빨리 가고 싶었고, 힘이 들기도 했었지만, 한없이 좋기만 했던 것 같다. 지루하거나 멀리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자동차로 달려 보니 꽤나 먼 거리다. 오십여 리, 두 시간도 안 되는 달리기를 위해 먼 길을 달려 새벽에 갔다가 오후 늦게 돌아온다.

 

  

 * 수승대(搜勝臺)

  삼국시대, 백제의 세력이 약했을 때, 백제에서 신라로 사신을 전별하던 곳으로, 혹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하였다 해서 수송대(愁送臺)라 했다.[근심 수(愁), 보낼 송(送)].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을 만큼 승경이 빼어난 곳이란 뜻으로 불교의 이름에 비유되기도 한다. 1543년에 퇴계 이황(退溪 李滉)이 안의현 삼동을 유람차 왔다가 급한 정무로 환정하면서, 이름을 수승대(搜勝臺)라 고칠 것을 권하는 사율시(四律詩)를 보냈고, 요수 신권 이를 바위에 새겨 놓았다. 조선 중종 때 요수 신권(樂水 愼權)이 은거하면서 구연서당(龜淵書堂)을 이곳에 건립하고 제자들을 양성하였다. 대의 모양이 거북과 같다 하여 암구대(岩龜臺)라 하고 경내를 구연동(龜淵洞)이라 하였다. 경내에는 구연서원(龜淵書院) 사우(祠宇) 내삼문(內三門) 관수루(觀水樓) 전사청(典祠廳) 요수정(樂水亭) 함양제(涵養齊) 정려(旌閭) 산고수장비(山高水長碑)와 유적비(遺蹟碑) 암구대(岩龜臺) 등이 있다. 이 지방 유림과 거창신씨 요수종중에서 공동 관리하고 있으며, 솔숲과 물과 바위가 어울려 경치가 빼어나고, 주변에는 고란초를 비롯한 희귀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 월성계곡

 남덕유산(1507.4m) 동쪽 자락의 월성천을 따라 형성된 길 이 5.5㎞의 계곡. 덕유산과 지리산, 가야산 등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거창에서도 지대가 높고 산세가 아름다운 곳으로 흔히 『하늘마을』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