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호를 한 바퀴[충주사과마라톤]

2008. 11. 8. 20:25마라톤

탄금대 잔디구장. 잔디 깔린 축구장을 말한다. 그 옆에 테니스장이 있고, 인라인스케이트장이 있고, 산 바로 아래 샘터가 있고, 강을 거슬러, 목행 쪽으로 자전거도로가 나 있다. 한두 해 전부터 무술축제가 이 언저리에서 열렸고, 그래서 새로이, 작지만 널찍한 공터가 만들어져 있다. 곧 유엔평화공원이 들어선다고 하던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이 지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그렇단다.


새로 닦여진 공터에서 출발하여 달린다. 탄금대교를 건너 창동 마을을 지나고 중앙탑을 지나친다. 충주댐 조정지댐을 건너 월상, 오석 마을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어 운교리, 목행 옛 다리를 건너고, 자전거도로를 달려, 출발했던 그 자리까지, 26Km. 충주사과마라톤대회.


탄금호을 한 바퀴 도는 셈이다. 속리산삼파수에서 흘러온 물이 오대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남한강과 만나는 곳에 탄금대가 있다. 두 물이 어울려 흐르다가 중앙탑 바로 아래에서 보에 막혀 넓은 호수를 이루기에 탄금호라고 한다. 달천이 남한강에 막 빨려들기 직전에 서 있는 다리가 탄금대교이다. 너른 호수, 잔잔한 가을 물빛을 보며 달린다. 조정지댐 위를 지나고, 물가를 돌아 제자리로 오니, 탄금호를 말 그대로 한 바퀴 도는 것이 아닌가. 날씨 좋은 날, 기분 좋게 달렸다.


그런데, 쓴 소리 한 마디를 꼭 해야 할까? 중앙탑공원을 지나 조정대댐으로 가는, 굽이굽이 도는 길. 편도 1차선이다. 대형트럭이 많이 다녔다. 굽이를 돌 때에는 왕복 차선을 다 써야만 하는 커다란 트럭이다. 앞에서 달리던 사람들이 아찔하게 차를 피하는 모습이 연달아 눈에 띈다. 덩치 큰 차와 마주 오는 자동차와 달리는 사람이 뒤엉키는 모습까지!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어떤 건가? 그런 일까지 염려하는 건 속 좁은 겁쟁이들인가? 속으로 대회를 주체한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인다. 그러다보니 출발 전 일이 떠오른다. 목이 말라 식수대 천막으로 가서 물 좀 달라고 했더니, 지금은 시간이 아니라서 안 된단다. 물 한 모금에 구차해질 거야 있나? 돌아서면서, 지금까지 다녀온 마라톤대회에서 누렸던 흥겨운 분위기와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주던 사람들, 뭐라도 도와주고 싶어 하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이 소리가 아침 일찍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대회 운영을 돕고,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했던,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을 도우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달리기를 마치고나니 기분이 좋다. 하프코스를 좀 달려봤고, 풀코스도 몇 번 달려봤지만, 26Km는 처음 아닌가? 요즘 연습을 거의 못해 걱정했던 터라 즐거움이 더 크다. 내가 달리는 동안 걷기대회에 참가 했던 아내와 시간에 맞춰 나온 근제와 함께 사과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아직 북적이는 마당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 계명산 짙은 단풍이 다가온다.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다가 벌건 잉걸불로 남은 것 같다. 얼굴과 손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하게 눅여주는 잉걸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