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2. 22:27ㆍ마라톤
옛날에,
왜구들 등쌀에 쫓기어 바다를 건너고 강을 거슬러 오는 동안 삭은 맛.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가 영산포에 와서 보여줬다는 맛.
영산포(榮山蒲)라는 이름도 흑산도에 딸린 영산도(永山島)에서 왔다던가?
돼지고기 수육과 묵은 김치와 더불어 삼합이라고 한다.
꼭 막걸리가 아니더라도 술안주에 딱이다.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 홍어가 넘쳐난다.
홍어회, 홍어회무침, 삼합, 홍어튀김, 홍어애국, ‥‥‥.
홍어가 넘쳐나는 홍어의 거리 옆 강가에
노랗게 일렁이는 유채꽃 물결.
달리는 사람 물결.
제3회영산강마라톤대회.
2009년 4월 12일.
푸른 물결, 노란 물결, 사람 물결.
엊저녁에는 영산포성당에서 부활절 전야 미사.
엊저녁과 오늘 아침은 홍어애국.
오늘 낮, 달리고 나서는 나주곰탕.
홍어축제와 겹쳐 북적이는 잔치마당.
마라톤은 경주인가?
1등, 2등, 3등, ‥‥‥, 시상은 하지만,
덕담에 웃음을 얹어 서로를 격려하며 어울려 달린다.
대한민국 정부마냥, 대한민국 학교마냥 '무한경쟁'을 말하지 않는다.
희망은 언제나, 정부의 구호에 있지 않고, 백성들의 삶 속에 있는 것.
오늘 영산포에 와서 희망을 얻어간다, 삭힌 홍어 몇 첨과 함께.
* 흑산도에서는 갓 잡은 싱싱한 홍어를 회로 먹었고, 홍어를 삭혀 먹는 건 나주(羅州) 영산포에서 시작. 흑산도 일대 섬들은 고려 말 이래 왜구에 시달렸고, 조정에서는 종종 섬 주민들을 뭍으로 이주시키고 섬을 텅 비우는 정책[공도(空島)]을 썼다. 이때, 흑산도 사람들이 배를 타고 목포를 거쳐 영산강을 거슬러 와 정착한 곳이 영산포.[영산현(永山縣)] 영산강(榮山江)이라는 이름은 흑산도에 딸린 영산도(永山島)에서 따온 것.[신증동국여지승람] 당시 흑산도에서 영산강을 거슬러 영산포까지는 열흘에서 보름. 다른 고기는 썩었지만 홍어는 됐고, 사람들은 이렇게 삭은 홍어를 별미로 즐겼음. 나주에서는 초장에, 함평과 영암에서는 소금을 찍어 먹었음. 나주 초장은 된장에 고춧가루와 식초를 섞는 것이 특징. 흑산도에서는 막걸리식초에 소금과 참기름, 쪽파나 풋마늘 따위를 더한 ‘초된장’에 먹기도.
* 1972년부터 나주댐, 담양댐, 장성댐, 광주댐이 들어서고, 1981년 영산강 하구언 방조제가 건설된 이후 흥청대던 영산포의 영화는 옛이야기가 됐지만, 수백 년 동안 이어지는 홍어 숙성 노하우는 그대로 전함. 현재 전국 유통 홍어의 70%는 나주 것. 겨울에는 15~20일, 여름에는 사흘에서 일주일 숙성.
* 요즘 대부분을 칠레. 포클랜드,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수입. 품질이 국내산에 가장 가까운 칠레산은 15~16% 정도. 현재 연산포 홍어의 거리에는 홍어전문점이 10여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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