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6. 21:28ㆍ마라톤
2009.07.26(일).
함양산삼마라톤대회.
장마 구름이 오락가락했지만 , 무지하게 더웠다. 5월 말 압록강마라톤대회 이후, 더위에 시달리며 게으름을 피웠던 덕에 아주 힘들었다. 충주에서 새벽에 나서서 달려오다가 먹은 비빔밥 양념냄새가 목으로 올라오고, 속도 무겁고, 마음도 약해지고, ‥‥‥‥.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는 것도 무슨 약이 될 거라고 이를 악물고 달렸다. 얼굴과 목, 팔뚝이 벌겋게 익었다. 그래도 먹을 건 먹어야지. 고전하며 달리는 동안 엉망이 된 몸 상태를 살살 진정시킨 다음 줄을 섰다. 산삼돼지고기, 두부김치, 산삼막걸리, 절편. 함양은 산삼의 고장이라서 돼지새끼들도 산삼을 먹고 산다나? 하하. 어쨌든 잘 먹었다. 대회기념품으로는 산삼[장뇌삼] 한 뿌리.
마라톤대회장, 상림공원엔 숲이 잘 가꾸어져 있다. 상림 숲은 신라 때 이곳[천령군] 태수였던 최치원이 조성한 숲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라고 한다. 울창한 숲속 길은 여름 그늘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길옆엔 맑은 물이 흐르고, 곳곳에 정자가 있어 사람들이 한가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어느 날 최치원은 어머니가 상림에서 뱀을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림으로 달려가 뱀을 비롯한 미물들은 상림에 들어오지 말라고 외쳤단다. 그 후 상림에는 뱀, 모기, 개미 등이 없어졌다는 이야기. 정말로 뱀과 모기가 없는지는 모를 일이다. 숲 옆에는 여러 종류의 연이 숲을 이루고 있다. 큼직큼직하고 둥근 연잎 사이사이에서 꽃잎을 떨어뜨린 연밥들이 여물어가고, 뒤늦게 피어난 연꽃 몇 송이가 군데군데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함양에 오면서 꼭 맛을 봐야겠다고 했던 것이 솔송주. 지곡면 개평리 마을로 갔다. 조선시대 오현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일두 정여창의 고택[중요민속자료제186호], 하동정씨고가[문화재자료제361호], 노참판댁고가[문화재자료제360호], 풍천노씨종가[문화재자료제343호], 오담고택[유형문화재제407호] 등 옛 한옥들이 멋들어진 소나무들과 어울리는 마을 풍경을 대충 둘러보고, 솔송주를 찾아 길 건너에 있는 명가원으로 갔다. 솔송주는 개평리 하동정씨 집안에 전해오는 술이다. 원래 송순주라고 했었는데, 양조 허가를 낼 때, 먼저 등록된 이름을 피하여 솔송주라고 했단다. 맛을 보니, 우리 옛 조상들이 두루 즐겼던 일반적인 술이다. 멥쌀, 찹쌀, 좁쌀, 누룩, 솔잎, 어떤 약재 등 지방마다 재료의 차이가 좀 있고, 빚는 방법이 약간씩 다른 민속주. 많은 집안, 많은 지방에서는 대가 끊겼지만, 이렇게 명맥을 이어가는 곳이 더러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크게 만족하고 두어 병 사들고 온다.
요즘 정국이 하도 사나워서 눈 막고, 귀 막으려 하다가도, 얼핏얼핏 새어 들어오는 소식에 속이 뒤집히고, 나서서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괴로운데, ‥‥‥. 그래, 그 일은 그들의 일이고, 난 이렇게 돌아다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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