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4. 23:06ㆍ충청
마음 설레는 토요일. 오전 일과를 마치고 나서 한 주일 동안의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그게 그렇게 몸과 마음을 통째로 뒤흔든다, 아침부터.
2010년 9월 4일.
늦더위가 모든 의욕을 흐물흐물 녹여내는데도 마음은 설렌다. 요 며칠 동안 비도 자주 내리고, 태풍도 지나가고, 또 하나의 태풍이 올라오고 있고, 내일이면 여기까지 비바람이 불어 닥칠 거리고 하지만, 오늘, 지금은 때 늦은 볕이 쨍쨍한 토요일 오후.
누구나가 인정하는 땡볕을 핑계 삼을까 망설이다 눈앞에 보이는 큰산으로 향한다. 하당저수지 앞에 자동차를 세워 놓고, 임도로 들어섰다. 그늘을 골라 밟으며 걷는데 몸에 와 감기는 시원한 기운! 산 그리고 숲! 그래도 땀은 흐른다. 임도 고갯마루까지 반시간 남짓. 왼쪽 봉우리를 마음속에 두고 오른쪽으로 봉우리 몇 개를 넘어서 가다가 죽죽 이어지는 등성이길을 두고 되돌아섰다. 임도 고갯마루에서 아까 두고 갔던 봉우리까지는 한달음. 이동통신 안테나가 서 있는 곳에 ‘큰산’이란 표지, 그리고 확 트이는 시야. 그런데 헷갈린다, 조금 전에 갔다 온 봉우리들보다 낮게, 산 잔체 덩어리 맨 끄트머리에 붙은 작은 봉우리에 산 이름을 붙여놓은 것이. 더구나 어느 개인의 이름으로 붙여 놓은 그 표지는 아무래도 믿음이 안 간다. 허나 그런 것에 연연할 일이야 있을까. 토요일 오후 가벼운 산책.
큰산 마루에 있는 통신시설, 그리고 손가락 끝에 닿을 가섭산 봉우리 위에 피어나는 흰 구름!
두어 시간 동안의 땀범벅. 흘린 땀만큼, 저 구름만큼 내 속은 맑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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