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2. 22:42ㆍ마라톤
2012년 4월 22일 일요일.
연기군복사꽃마라톤대회에 참가.
충주에서 조치원으로 출발하는 이른 아침, 날씨가 찌뿌듯하다. 봄 날씨의 변덕이다. 며칠 동안 기온이 팍팍 오르더니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일기예보에선 오늘까지 그럴 거라고 했다. 예보는 그랬지만 둘째 날엔 좀 다르겠지 했는데, 역시, 날씨는 잔뜩 흐리고, 빗방울도 실버들 가지처럼 떨어지고, 춥다. 용기를 내어 겉옷을 벗고 호기를 부리며 나섰다. 7~8 킬로미터쯤에서부터야 땀이 나는 듯 몸이 풀린다. 최대한 마음의 여유를 부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뛰었다. 누가 뭐래도 오는 봄은 오는 것. 유록을 머금기 시작하는 산 빛에 여기 저기 안개처럼 부풀어오는 떨기들은 산 벚나무와 개살구나무일 것이다. 봄은 그렇게 사람들의 생각에 연연하지 않고 제 길을 가고, 여름 또한 그렇게 올 것이다.
연기군복사꽃마라톤대회. 지난해인가 저지난해인가, 구제역 때문에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신청을 했으면서도 오지 못했던 곳이다. 조치원은, 꽤 오래 전에 친구를 찾아 와보곤 했던 곳이고, 가끔씩 호남선이나 경부선 열차를 기다리면서 순대에 막걸리를 마시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래 그런지 정서적으로 멀지 않은 곳이다. 이래저래 참가하고 싶었던 대회였고, 이런 저런 회포를 풀면서 담으면서 기분 좋게 달렸다.
복사꽃마라톤대회라는 이름처럼, 복숭아의 고장을 알리기 위한 대회. 달리는 주변에 복숭아밭이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꽃 잔치 분위기는 훌륭하다.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연분홍 복숭아꽃이 시작되었고, 개나리가 아직 한창이고, 좀 늦게 피었다가 막 지고 있는 목련꽃이 하얗고, 여기 저기 숨어 있는 진달래도 보인다. 달리는 길 양 옆에 좍 늘어선 벚나무는 오늘 손님맞이의 주역이다. 삐쭉삐쭉 돋아나는 파란 잎에 밀리고는 있지만 하얀 꽃잎은 아직 정정하다. 보석처럼 하얗게 빛나는 꽃잎들. 한동안의 절정기를 넘기고서도 온천지에 그 기운을 떨치고 있는 꽃잎들.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꽃잎들도, 길바닥에 떨어져 무늬를 이루고 있는 꽃잎들도, 잔잔한 저수지 물 위에나 흐르는 시냇물에 떠 있는 꽃잎들도, 바람에 날려 허공에 떠다니는 꽃잎들도 하얗게, 하얗게, 하얀 바람을 일으키며 한 철을 보내고 있다.
흩날리는 꽃잎에 섞여 달렸다. 나오기 전에 마음속에 있었던 어떤 짐들을 벗어 던지면서 달렸다. 집안 일, 이웃 일, 직장 일, 세상일에 대하여 마음속에 지녔던 짐들을 날려 보내면서 달렸다. 무겁던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고 싶었다.
달리기 코스가 좋았다. 군민체육광장에서 2Km쯤 지나서 시냇가, 3Km 정도 더 지나서 저수지를 돌다가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 오르막 내리막도 완만하다. 봄이 오는 하늘과 공기, 봄을 맞아 피는 꽃과 잎, 봄기운을 돕는 고복저수지의 잔물결, 봄기운을 듬뿍 머금고 뛰는 두 발, 봄기운에 흠뻑 젖는 가슴. 충주에 와서, 함께 한 최광옥 선생님과 소주 딱 두 잔. 그리고 즐거운 꿈나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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